레드 라이트 Red Lights (2012)

2012.08.18 19:32

DJUNA 조회 수:24336


심리학자 마가렛 매드슨과 물리학자 톰 버클리는 초자연현상의 진상을 폭로하는 게 전문인 회의주의자 콤비입니다. 매드슨은 코마 상태로 십여 년 동안 병원에 누워있는 아들 때문에, 버클리는 가짜 심령술사의 참견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쳐 죽은 엄마 때문에 이 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 개인적인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기가 어떻건, 그들은 대학에서 받는 쥐꼬리만한 지원금과 각자의 전공을 최대한으로 살리면서 몇년 째 알차게 이 일을 꾸려가고 있지요.

그런 그들 앞에 사이먼 실버라는 인물이 나타납니다. 그는 이 영화의 유리 겔라라고 할 수 있는 초능력자로, 그의 정체를 폭로하겠다던 저널리스트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몇십 년 동안 은퇴했다가 얼마 전에 갑자기 복귀를 선언했지요. 버클리는 당연히 실버의 트릭을 폭로하고 싶어하지만 실버와 좋지 않은 경험이 있던 매드슨은 버클리를 만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클리는 실버에게 접근하는데, 그러는 동안 그의 주변에는 초자연현상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요. 하지만 그것이 과연 실버가 초능력자라는 증거일까요?

이는 좋은 시작입니다.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미스터리가 있고, 그와 관련된 강한 개성의 세 주인공이 있지요. 이들은 모두 킬리안 머피, 시고니 위버, 로버트 드 니로라는 쟁쟁한 배우들에 의해 멋지게 연기됩니다. 게다가 감독인 로드리고 코르테스는 스릴러를 만들 줄 아는 사람입니다. 타이밍도 좋고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자잘한 미스터리를 활용하는 방법도 압니다. 영화는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결코 관객들을 지루한 상태로 방치해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코르테스의 전작 [베리드]와 비교하면 [레드 라이트]는 헐렁한 영화입니다. 추리물로서, 영화는 지나치게 많은 여백을 남겨놓고 있어요. 물론 이 영화의 소재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 미스터리 자체가 별 게 아니라는 말이니, 결국 영화가 가벼워져 버리죠. 게다가 비교적 무난한 관습적인 결말을 위해 자연스러운 스토리와 캐릭터를 희생한 흔적이 여기저기에 보입니다. 몇몇 우연의 일치는 속임수나 다름 없고, 캐릭터의 행동이나 동기는 인위적입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초자연현상에 대한 영화의 태도입니다. 이 영화가 그렇게 특별한 태도를 갖고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장르적이죠. 하지만 이런 소재의 이야기들이 꼭 이렇게 박쥐스러운 방향으로 흘러야 하는 건지,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보다 단호한 결말로 갈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늘 전에 갔던 자리로 돌아 오는 거 같아서 심심하군요. (12/08/18) 

★★☆

기타등등
엘리자베스 올슨을 이 영화에서 처음 봤습니다. 역은 별 게 아닙니다만.


감독: Rodrigo Cortés, 출연: Cillian Murphy, Robert De Niro, Elizabeth Olsen, Sigourney Weaver, Burn Gorman, Toby Jones,  Joely Richardson

IMDb http://www.imdb.com/title/tt174817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8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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