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드 Livide (2012)

2012.07.25 11:19

DJUNA 조회 수:10146


[리비드]는 [인사이드]의 알렉상드르 뷔스티요와 쥘리앵 모리 콤비의 신작입니다. 기대가 많으실 텐데, 영화는 전작 [인사이드]가 추구했던 방향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그게 좋은 방향인가, 나쁜 방향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겠지만요.

루시라는 젊은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이 아가씨는 막 건강관리사로 일을 시작했지요. 그런데 루시가 일하는 직장에서 관리하는 마담 제셀에 대한 소문이 귀에 들려옵니다. 지금은 거의 식물인간인 이 전직 발레 교사의 집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져 있답니다. 루시의 남자친구 윌리엄과 윌리엄의 동생 벤은 그 집을 털자고 제안하고, 세 명은 한밤중에 마담 제셀의 저택으로 들어갑니다.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저택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고, 마을에서는 어린 소녀들이 수상쩍은 상황에서 실종되고 있으니, 뭔가 나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죠.

하지만 [리비드]는 전작처럼 고어가 노골적인 작품은 아닙니다. 잔인한 살인과 신체손상이 벌어지긴 하지만 그렇게 과시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아요. 거기에 대해 큰 관심도 없는 것 같고요.

영화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은 고딕 호러와 판타지의 영역입니다. 거기로 가는 중간지점엔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피리아]가 놓여있고요. 영화는 [서스피리아]를 건너서 거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렛미인]의 영역까지 갑니다. 연쇄살인마나 광신도들의 난도질이 주가 될 줄 알았던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자 뱀파이어와 마법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영화는 예상 외로 예쁩니다. 주연배우들도 예쁘고, 고색창연한 저택의 내부도 아름다우며, 피칠갑한 발레리나로 대표되는 호러 요소들도 아름답습니다. 영화의 탐미주의적 성향은 강한 편이고, 이는 내부의 드라마와도 연결됩니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주려는 건 공포가 아니라 연민이거든요. 

단지 영화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기엔 후반이 너무 짧고 잡다합니다. 뭔가 드라마가 있긴 한데, 그걸 다 들려주기엔 시간이 모자라고,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서 스토리 관리가 엉망이죠. 생각없이 아무 거나 마구 던진다는 생각도 들고. 차라리 처음부터 고깃덩어리인 게 분명한 남자들을 치워버리고 주인공 루시에 집중을 했다면 조금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떻게 보더라도 성공작은 아니지만, [리비드]는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예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작품이라 더 그런 건지도 모르죠. 아르젠토 영화들을 좋게 보는 저 같은 사람이 [리비드]의 단점들을 물고 늘어진다면 그건 정직하지 못한 짓일 겁니다. (12/07/25) 

★★☆

기타등등
[서스피리아]의 깜찍한 인용이 영화 중반에 있습니다. 


감독: Alexandre Bustillo, Julien Maury, 출연: Chloé Coulloud, Félix Moati, Jérémy Kapone, Catherine Jacob, Béatrice Dalle, Chloé Marcq, Marie-Claude Pietragalla, Loïc Berthezene, Joël Cudennec, Sabine Londault, 다른 제목: Livid

IMDb http://www.imdb.com/title/tt172751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7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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