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하우스 Safe House (2012)

2012.03.03 11:45

DJUNA 조회 수:10226


맷 웨스턴은 케이프타운 CIA 지부의 안전가옥을 관리합니다. 케이프타운에 굳이 CIA 안가가 있어야 할 이유가 뭘까요. 저도 모르겠고, 맷도 모릅니다. 케이프타운에서 12개월 동안 한 일이라고는 벽을 보고 불평하다가 제발 파리로 옮겨달라고 직장상사에게 사정하는 것밖에 없었으니 말이죠.

그러다 갑자기 맷의 안가에 손님이 듭니다. 이전에는 잘 나가는 CIA 요원이었지만 배신하고 국제적인 정보 장사꾼이 된 토빈 프로스트가 갑자기 미국 영사관에 뛰어든 거죠. CIA에서는 프로스트를 맷의 안가에 가두고 정보를 뽑아낼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악당들이 안가를 습격하고, 간신히 학살 현장에서 빠져나온 맷은 CIA의 지원이 올 때까지 프로스트를 끌고 다니며 살아남아야 합니다.

다니엘 에스피노사의 [세이프 하우스]는 박진감 넘치는 영화입니다. 적어도 초반 30분은요. 토빈 프로스트가 미국 영사관으로 향하는 과정의 액션은 잘 만든 토니 스코트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빠르고 군더더기없고 민첩해요. 게다가 그 액션을 이끄는 토빈 프로스트는 시선을 끄는 악당입니다. 분명 악당인 건 맞는데, 정체를 알 수 없고 동기는 더 오리무중인 인물이죠. 분명히 거대한 뭔가가 있을 것 같아요.

전 맷도 괜찮은 주인공 같습니다. 경험이 없고 순진하지만 기본실력이 있고 도덕적 기반이 분명한 젊은이죠. 토빈 프로스트와도 좋은 짝이고요. 여러 면에서 대립되는 인물이다보니 둘이 같은 화면에 있어서 캐릭터의 낙차가 발생하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액션 안에서는 잘 어울어져요. 서로와 싸우건, 힘을 합쳐 같이 싸우건.

하지만 토빈 프로스트의 의도와 악당의 정체를 밝혀야 할 알짜배기 부분에 도달하면 영화는 싱거워져버립니다. 일단 초반에 깔아놓은 폼에 비해 진상이 너무 단순하니까요. 범인 찾기는 더 쉬워요. 각본이 '범인은 여기 있지롱!'이라고 처음부터 손가락질을 하는 수준입니다. 여전히 영화는 빠르고 민첩하지만 이렇게 이야기가 쉬워져 버리니, 액션의 긴장감도 떨어집니다. 그러다보니 초반엔 장점처럼 느껴졌던 토니 스코트스러움도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아요. 결말 역시 편리하기만 하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덴젤 워싱턴과 라이언 레이놀즈는 모두 좋습니다. 다들 이런 영화에 어울릴 정도로 프로페셔널하고 몸 쓰는 일도 잘 하죠. 하지만 베라 파미가, 브렌단 글리슨, 샘 셰퍼드는 낭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베라 파미가는 화가 날 정도로 의미가 없어요. 각본가는 나름 미끼라고 생각했겠지만 그 정도 진상이야 초반부터 뻔히 보이는 게 아닌가? (12/03/03) 

★★☆

기타등등
1. 원래 각본에서는 리오 데 자네이로가 무대였다고 하더군요. 중간에 토빈이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근무했을 때를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흔적일 수도 있고요.

2. 전 왜 저런 정보 장사꾼들이 파일을 넘길 때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용량도 얼마 안 되어 보이니 그냥 이메일로 보내도 되었을 텐데.

감독: Daniel Espinosa, 출연: Denzel Washington, Ryan Reynolds, Vera Farmiga, Brendan Gleeson, Sam Shepard, Rubén Blades, Nora Arnezeder, Robert Patrick, Liam Cunningham, Joel Kinnaman

IMDb http://www.imdb.com/title/tt159934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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