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슈퍼히어로 영화 리뷰를 잘 하지 않는데, 비슷비슷한 영화들을 줄 세우며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게 지겨워서요. 아주 안 할 생각은 없고, 이야기할 거리가 있는 영화가 나온다면 할 생각이지만. 그런데 요샌 파운드 푸티지 호러 영화를 보면서도 비슷한 기분이 들어요. 다들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하고. 파운드 푸티지 영화 자체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단지 이걸 만드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안전한 게임을 하고 있는 거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너무 많은 거고,

생각해보면 슈퍼히어로 영화와 파운드 푸티지 영화는 비슷한 핸디캡을 갖고 있어요.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엄청난 대자본을 투여한 작품이라 안전하게 놀아야 할 필요가 있죠. 파운드 푸티지 영화는 극저예산 영화라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시 최대한 안전하게 갈 필요가 있는 거고요. 이해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오는 영화들이 고만고만한 것까지 제가 이해해주어야 하는 건 아니죠. 고만고만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어요. 대부분 그 길로 가지 않을 뿐이지.

[블랙 워터 뱀파이어]는 얼마 전에 왓챠에 뜬 파운드 푸티지 호러예요. 내용은 이러합니다. 블랙 워터라는 마을에 10년에 한번씩 동지에 젊은 여자가 살해당합니다. 목에는 이상한 이빨 자국이 나 있고 온 몸의 피가 다 빨려나간 상태로요. 마을 사람 한 명이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분명한 물적 증거도 없고 16시간의 심문을 통해 강제로 자백을 받아낸 거라 아무래도 수상쩍죠. 그래서 네 사람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팀이 블랙 워터에 갑니다. 마침 이들이 간 건 마지막 살인이 일어난 지 딱 10년 째 되는 해. 동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블레어 윗치]의 아류예요. 사실 요새 나오는 파운드 푸티지 영화의 대부분이 다 이 영화의 아류지만 이 영화는 보다 노골적으로 따라하고 있지요. 주인공은 다큐멘터리 팀원인데 마을 사람들의 인터뷰로 시작했다가 숲 속의 캠핑으로 이어지고 그러다가 길을 잃고 밤마다 텐트 바깥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거의 패러디 수준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가 [블레어 윗치]처럼 은밀한 게임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중반을 넘어서면 영화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괴물의 정체를 밝혀요. 그 괴물은 이 영화의 타이틀롤인 블랙 워터 뱀파이어인데, 일단 등장하면 어둠 속에 숨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 뱀파이어는 좀 그로테스크하게 웃긴데, 그건 만든 사람들도 각오했던 거 같습니다. 어느 정도 웃기지만 그래도 어둠 속에 숨었을 수도 있고 숨지 않을 수도 있는 존재의 은밀한 불쾌함보다 확실한 자극을 주긴 하죠. 그 뒤에는 기분 나쁜 에필로그가 붙는데, 이게 '1년 뒤에 푸티지가 발견되었다'라는 설정과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본을 하긴 해요. 파운드 푸티지 호러의 기본은 아주 낮잖아요. 지나치게 [블레어 윗치]에 끌려가는 경향이 있고 이 정도의 변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도 보기 어렵죠. 전 슬슬 다른 게임을 하는 파운드 푸티지 호러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다른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 되어 뭔가 재미있는 것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어요? 특히 전 이런 영화의 도입부가 지겨워 미치겠어요.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정보 주고 빨리 넘기자고. (18/03/17)

★★

기타등등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전 '도대체 편집을 누가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는 배경음악도 깔려있으니.


감독: Evan Tramel, 배우: Bill Oberst Jr., Danielle Lozeau, Andrea Monier, Anthony Fanelli

IMDb http://www.imdb.com/title/tt285318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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