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던 1부]의 절반은 벨라와 에드워드의 결혼식과 신혼여행입니다. [트와일라잇] 팬들은 시리즈의 시작부터 기다려왔던 순간이죠. 하지만 일반 관객들에게는 남의 결혼식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지루합니다. 뱀파이어와 인간소녀의 결혼식이라는 점만 빼면 이들의 이야기는 그냥 결혼식이고 신혼여행입니다. 당사자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이야기죠. 이런 이야기가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갑니다. 미치겠어요.


나머지 절반은 벨라의 임신 소동입니다. 에드워드와 섹스 한 번 한 뒤 벨라는 아기를 갖는데, 이 애가 좀 수상쩍습니다. 뱀파이어들은 임신 자체가 가능한 일이냐고 수근거립니다. 저도 궁금합니다. 뱀파이어들은 유전자가 인간과 완전히 다릅니까? 하여간 아이가 자라면서 벨라는 죽어가고, 아기의 존재가 세상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 늑대인간들은 벨라가 머물고 있는 컬렌 저택을 공격합니다. 중간에 끼인 제이콥만 난처하게 되었지요.


영화는 이 모든 소동을 신화화합니다. 하지만 그게 먹히는 건 오로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골수팬들입니다. 정상적인 눈으로 보면 이 이야기엔 그럴 건덕지가 없습니다. 그냥 십대 소녀 판타지가 극단적으로 흐른 경우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돌의 팬픽 수준입니다. 그것도 오직 욕망과 기대만 있고 내용과 제대로 된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팬픽이지요. 당연히 지루합니다. 진짜로 지루해요.


영화를 보면 만드는 사람들도 그걸 알고 있다는 게 보입니다. 실제 커플이 출연하는 영화인데도 두 주인공의 화학 반응이 이렇게 안 느껴지는 영화는 드물죠.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 모두 연기의 의욕이 없어서 자기 능력의 몇 십 퍼센트를 방치한 채 연기하는 게 보여요. 단지 테일러 로트너만 혼자 머슴처럼 열심히 합니다. 이제 제작자 의자에까지 앉은 원작자의 눈치가 보여서인지, 빌 콘돈은 이 이야기에 (분명 머릿속으로는 수억 번 굴렸을) 아이러니를 넣지도 못합니다. 필 티펫의 늑대들은 그냥 귀여운 털복숭이들이고... 여전히 뱀파이어들은 화장을 참 안 받고... 아마 이 영화를 즐긴 유일한 사람은 에필로그에 잠시 나오는 마이클 쉰이 아니었을까요.


장점. 글쎄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는 다른 영화들보다 조금 낫습니다. 뱀파이어와 연애하는 여자애 연기보다 아기를 지키려는 엄마 연기가 배우질할 구석이 좀 많기 때문이겠죠. 특수분장과 CG의 역할도 큽니다만. 다른 건 생각나지 않습니다.


[브레이킹 던]이 꽤 긴 소설이라고 어디서 듣긴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딱 30분 분량의 이야기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요. 아무리 봐도 별 것 아닌 이야기로 어린애들의 푼돈을 뜯어먹으려는 수작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11/11/24)


★☆


기타등등

스토리 전개를 위해 벨라의 딸은 고속으로 쑥쑥 자랄 거라고 합니다만... 이러면 애 키우는 재미가 없어서 심심하지 않을까요. 뭔가 놓치는 기분이 들 텐데. 

 

감독: Bill Condon, 출연: Kristen Stewart, Robert Pattinson, Taylor Lautner, Peter Facinelli, Elizabeth Reaser, Ashley Greene, Jackson Rathbone, Billy Burke, Sarah Clarke


IMDb http://www.imdb.com/title/tt132499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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