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섀도우 Dark Shadows (2012)

2012.05.08 11:31

DJUNA 조회 수:15657


[다크 섀도우(왜 우리나라에서는 원제에서 자꾸 s를 잘라내죠?)]는 1966년부터 1971년까지 방영된 소프 오페라로, 원래는 고딕 분위기의 멜로드라마로 시작되었다가 1년 뒤 바나바스 콜린스라는 뱀파이어가 시치미 뚝 떼고 등장한 뒤로 뱀파이어, 귀신, 마녀, 늑대인간, 좀비, 시간여행 등이 총동원되는 컬트 시리즈가 되었죠. 바나바스 콜린스는 뱀파이어에 대한 자료들을 읽을 때마다 마주치는 이름이어서 전 이 시리즈가 늘 궁금했는데, 과연 죽기 전에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DVD 전집이 풀리긴 했지만 그걸 어느 세월에 다 보나요.

얼마 전에 팀 버튼이 이 시리즈를 극장용 영화로 리메이크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일이죠. 그가 [다크 섀도우]의 열혈팬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니까요. 참으로 중년스러운 아이디어가 아닙니까. 어린 시절 좋아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번쩍거리는 스타들과 특수효과를 이용해 재창조한다는 것은.

내용. 콜린스포트의 지주인 바나바스 콜린스가 안젤리크라는 마녀의 저주에 걸려 약혼녀 조제트를 잃고 뱀파이어가 되고 관 속에 감금되었다는 내용의 프롤로그가 끝나면, 영화는 200년을 건너 뛰어 1972년으로 갑니다. 자칭 빅토리아 윈터스라는 젊은 여성이 바나바스 콜린스의 저택인 콜린우드에 와서 가정교사로 취직하는데, 얼마 되지 않아 도로 공사 중 바나바스 콜린스의 관이 발견되지요. 인부들의 피를 모조리 빨아먹고 세상으로 나온 바나바스 콜린스는 콜린우드에 도착해 영국에서 온 친척 행세를 하는데, 200년 동안 살아남아 콜린스 집안을 조금씩 몰락시켜오던 안젤리크가 그를 찾아오죠.

야무진 각본은 아닙니다. 등장인물들은 많은데, 정작 이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죠. 원작에서 캐릭터들을 가져와 대충 묶어 맘 내키는 대로 이용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 때문에 중간중간에 이야기가 툭툭 끊기거나 균형이 흐트러지는 부분도 많죠. 리듬도 이상하며 종종 그러지 말아야 할 부분에서 정체되기도 하지요. 원작의 등장인물들이 대충 등장하지만 이들이 원작의 캐릭터와 그렇게까지 일치하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라인도 달라서, 과연 오리지널의 팬들이 좋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를 접고 보면 팀 버튼의 [다크 섀도우]는 약간 맛이 간 상태에서 킬킬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오리지널의 팬들은 또 화를 낼지도 모르겠군요. 그들에게 바나바스 콜린스는 결코 코미디 소재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팀 버튼은 거기서 코미디 소재를 찾아냈고, 조니 뎁의 몸을 빌어 그가 재창조한 코믹한 바나바스 콜린스는 썩 그럴싸합니다. 갑자기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허둥대는 뱀파이어 립 밴 윙클인 거죠.

코미디는 그를 21세기의 현재가 아닌 1972년으로 던지면서 더 그럴싸해집니다. 이런 이야기에서는 보통 중립적이어야 할 '현재'가 관객 입장에서는 회상해야 할 과거이니, 코미디가 두 겹이 되는 겁니다. 여기서 팀 버튼은 그가 익숙한 향수 속의 세계와 그가 좋아하는 고딕 분위기의 과거를 섞어서 맛깔스러운 영화를 만들어냅니다. 코미디이기도 하지만 오묘하게 우울한 향수를 담은 어떤 것이죠. 그리고 그 결과물은 거의 [비틀 쥬스]만큼이나 팀 버튼적입니다. 로맨스를 맺는 방식도 그렇고, 괴상한 괴물들에 감정이입하는 그의 관점도 그렇고. 딱 그의 스타일로 만든 팬픽이랄까요. 그렇게 보는 편이 좋겠어요.

배우들은 낭비된 편입니다. 미셸 파이퍼, 클로이 모레츠, 조니 리 밀러, 헬레나 본햄 카터와 같은 스타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모두 이름값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없죠. 오히려 빅토리아 역할의 벨라 히스코트가 이들보다 더 비중이 큽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외모부터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팀 버튼스러운 팀 버튼 헤로인이어서 전 보는 내내 참 좋았답니다. 이 캐릭터의 비중이 조금 더 컸다면 이야기의 균형이 더 맞았을 거예요. 그러나 조니 뎁과 함께, 아니 조니 뎁을 넘어서서 영화를 지배하는 배우는 마녀 안젤리크를 연기하는 에바 그린입니다. 왜 이제야 팀 버튼 영화에 출연했는지 모르겠어요. (12/05/08) 

★★★

기타등등
앨리스 쿠퍼가 자기 자신으로 나옵니다. 하긴 분장으로 가리고 있으니 나이가 잘 안 보이긴 하더라고요. 지금 이 양반, 몇 살인가요. 조나단 프리드를 포함한 오리지널 배우들 몇 명도 파티 손님들로 나오나 봅니다.  

감독: Tim Burton, 출연: Johnny Depp, Michelle Pfeiffer, Helena Bonham Carter, Eva Green, Jackie Earle Haley, Jonny Lee Miller, Bella Heathcote, Chloë Grace Moretz, Gulliver McGrath

IMDb http://www.imdb.com/title/tt107736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6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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