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나 Una (2016)

2016.10.25 19:07

DJUNA 조회 수:7889


척 봐도 정서적으로 불안해보이는 우나라는 여자가 남의 직장에 나타나서 잡지에 나온 홍보기사 사진을 들이대며 레이라는 남자를 찾습니다. 그 레이라는 남자는 이 직장에서 피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죠. 허겁지겁 나타난 레이/피터는 우나를 빈 방으로 데려가고 둘은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알게 되지요. 우나가 12살이었을 때 두 사람은 '연애'를 했고 그 결과 레이는 감옥에 들어갔다는 것을. 그리고 우나와 가족들은 아직도 그 사건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베네딕트 앤드루스의 [우나]는 설정부터 불쾌하고 기분나쁜 영화입니다. 12살짜리 여자아이를 범한 남자의 이야기는 최대한 악마화해야 관객들이 편하죠. 하지만 영화는 그런 안전지대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사람이 당시에 사랑에 빠졌던 건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적어도 철없고 세상물정 몰랐던 12살 소녀 우나는 그랬죠. 레이도 막판까지 상당히 그럴싸한 이야기로 자신을 변호합니다. 그 역시 사실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레이의 죄가 줄어드는 건가? 당연히 아니죠.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보기만큼 간단하지 않으며, 이들이 고통받는 이유도 어느 정도는 그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듣기 싫은 이야기죠. 우리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하지만 세상이 보기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예술가의 책무가 아니겠습니까.

루니 마라와 벤 멘델슨의 불꽃 튀는 연기가 돋보이는 아슬아슬하고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야기와 소재를 제대로 활용했는지는 알 수 없어요. 좋은 재료와 배우들이 있는데, 뭔가 결론이 난 것 같지 않고 산만하고 미진합니다. 이유는 뭘까요? 그건 이 영화의 원작이 연극이기 때문이죠. 작가 자신이 각색한 영화는 단일한 공간에서 끊이지 않고 진행되는 연극의 갑갑함을 풀기 위해 여기저기 통풍을 해놨는데, 이게 이야기의 구조를 흔들어놨습니다. 연극에서는 설득력 있었던 이야기의 재료가 여기저기 무대를 옮기고 이야기와 인물들을 추가하고 과거 회상을 보여주는 동안 힘을 잃은 거죠. 아무리 영화에 맞추려고 해도 본 적 없는 연극이 뒤에서 버티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영화 보는 내내 계속 불만족스럽다가 요즘 공연 중인 원작 [블랙버드]를 보고 "아, 원래는 이런 이야기였구나"라고 납득했었답니다. (16/10/25)

★★☆

기타등등
[스타워즈: 로그 원]의 배우가 두 명이나 나오네요. 벤 멘델슨과 리즈 아흐메드요.


감독: Benedict Andrews, 배우: Rooney Mara, Ben Mendelsohn, Riz Ahmed, Tobias Menzies, Tara Fitzgerald, Isobelle Molloy, Natasha Little

IMDb http://www.imdb.com/title/tt231558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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