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 Trading Places (1983)

2016.04.18 21:59

DJUNA 조회 수:4167


돈이 남아 도는 듀크 형제는 온갖 일을 갖고 1달러 내기를 하는 취미가 있습니다. 어느 날 환경과 유전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를 두고 토론이 붙은 그들은 '과학적 실험'으로 승패를 가리기로 합니다. 희생양이 된 건 형제의 증권 거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인 루이스 윈슬롭. 형제는 마약밀매와 좀도둑의 누명을 씌워 그를 회사에서 내쫓고 그 자리를 노숙자인 발렌타인에게 줍니다. 발렌타인이 회사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동안, 매춘부 오필리아의 집에 얹혀 지내며 재기를 꿈꾸던 윈슬롭은 계속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형제의 내기에 대해 알게 된 발렌타인이 윈슬롭에게 접근하고 둘은 복수를 계획하죠.

[대역전]은 존 랜디스 버전 [왕자와 거지]입니다. 댄 애크로이드와 에디 머피가 구별 불가능할 정도로 똑같이 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무슨 이야기인지는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왕자와 거지]가 그랬던 것처럼 [대역전]도 유전보다는 환경에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세상엔 가능성을 품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중 운좋은 일부만이 그를 제대로 발휘하며 살아간다는 것이죠. 주식의 주자도 모르던 발렌타인이 주식 거래의 귀재가 된다는 설정은 분명 인위적인 구석이 있지만, 이건 주식 거래가 전문가나 아마추어의 차이가 거의 없는 직업이라는 뜻일 수도 있겠습니다.

온화한 수준의 자본주의 사회 비판물입니다. 여기에 '온화한'이 붙은 건 영화가 굳이 시스템을 넘어설 생각이 없기 때문이죠. 주인공들은 그 안에서 해피엔딩을 맞고 영화를 본 관객들이 적당히 융통성 있게 메시지를 재해석하는 그 정도의 비판인 것입니다. 사실 영화가 진짜 공을 들이는 건 자본주의나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돈 많고 늙은 백인 남자들을 두들겨 패는 것입니다. 둘의 내용은 겹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같지는 않죠.

다소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코미디에 생기를 불어넣는 건 캐스팅입니다. 듀크 형제를 연기한 랠프 벨라미와 돈 아미치는 진짜로 재수가 없고, 댄 애크로이드와 에디 머피는 80년대식 코미디 연기의 정점을 찍죠. 단지 윈슬롭과 발렌타인이 함께 있는 장면이 좀 더 많이 나왔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16/04/18)

★★★

기타등등
줄거리만 보면 안 그럴 거 같지만 R등급 영화입니다. 이런 내용의 80년대 코미디가 R등급이라면 그건 제이미 리 커티스를 포함한 여러 여자배우들이 맥락과 별 상관이 없는 장면에서 맨 가슴을 드러냈다는 뜻입니다. 요새 만들어졌다면 이 등급으로 안 나왔겠죠.


감독: John Landis, 배우: Eddie Murphy, Dan Aykroyd, Ralph Bellamy, Denholm Elliott, Don Ameche, Kristin Holby, Jamie Lee Curtis, Paul Gleason, 다른 제목: 에디 머피의 대역전

IMDb http://www.imdb.com/title/tt008646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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