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2014.10.27 22:34

DJUNA 조회 수:23549


데이빗 핀처의 영화 [나를 찾아줘]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스포일러 경고를 겁니다. 그건 핀처의 영화나 질리언 플린의 원작소설이 엄청난 반전 같은 걸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니에요. 전 영화 예고편을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읽었는데, 읽기 전에 스토리의 80퍼센트 정도를 예측했습니다. 제가 눈치가 빨랐기 때문이 아니에요. 그냥 질리언 플린이 이야기꾼으로서 가지고 있었던 욕망과 저의 욕망이 일치했기 때문이죠.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가 히트한 걸 보면 책이 나올 때만해도 다들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그 욕망은 상당히 보편적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 욕망이 보편적이라고 해도 이 영화의 플롯을 스포일러 경고 없이 다루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에이미와 닉이라는 부부 이야기입니다. 거의 동시에 해고당한 뉴욕의 저널리스트 부부가 남편의 고향인 미주리로 내려갑니다. 원래 남편 어머니를 병간호하기 위해서였지만 어머니가 죽은 뒤에도 남편은 아내 돈으로 술집을 차리고 눌러앉았죠.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금이 가고요.

에이미가 수상쩍은 상황에서 실종되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에이미와 닉의 관점을 번갈아가면 진행됩니다. 현재의 닉이 아내의 살인범으로 몰려 시달리는 동안 중간중간에 에이미의 일기가 그들의 결혼생활을 들려주는 식이죠. 그러다가 중간에 한 번 반전이 일어나고 그 때까지 감추어져 있던 이들의 또다른 면이 드러납니다.

플린 자신이 쓴 영화의 각본은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이 하나 달라요. 소설은 두 명의 화자가 등장하는 1인칭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일기와 내레이션이 등장한다고 해도 영화 속의 인물들은 3인칭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시점이 전환되면서 플린이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던 비밀 하나가 폭로됩니다. 소설에서 플린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진지한 척하느라 애를 썼었죠. 1인칭이니 어쩔 수 없었어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더 이상 그 위장을 감추지 않습니다. 에이미와 닉의 이야기는 플린이 생각해도 웃긴단 말이죠. [나를 찾아줘]는 정말로 무서운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여기저기에서 작가와 감독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영화입니다.

이러니 슬쩍 무게 중심이 옮겨집니다. 소설은 현실적인 단점이 있는 남자가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여자에게 끌려가는 식이었지요. 소설이 나왔을 때 결말에 분노한 독자들이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닉은 더 재수가 없어졌고 에이미는 소설보다 더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더 공감가능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1인칭 서술에서는 볼 수 없는 자잘한 인간적인 면들이 캐릭터에 다른 질감을 심어주는 것이죠. 그리고 관객들은 소설 속에서 믿을 수 없는 화자들이 전해주는 텍스트보다 영화 속 이야기가 더 현실에 가까울 거라는 확신을 품게 됩니다.

반세기 전이라면 [나를 찾아줘]는 필름 느와르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데이빗 핀처의 영화는 정반대입니다. 그건 필름 느와르가 핀처의 장기가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잊지 않으셨겠지만 그는 [세븐]의 감독입니다) 그 장르에서는 필수적이었던 억울한 남자들에 대한 감정적인 동조가 없기 때문입니다. 핀처는 닉을 이해하고 그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고난이 재미있어 죽겠는 티를 팍팍 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닉이 필름 느와르 주인공처럼 굴려고 노력해도 감독과 작가, 기타 모든 사람들이 영화를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니 어쩌겠어요. 선정적인 텔레비전 저널리스트들과 속물 변호사, 인터넷 악플러들이 우글거리는 그 곳에서는 어떤 종류의 심각함도 용납되지 못합니다. 그가 체면을 차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이 초라한 위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하긴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그의 죄는 에이미의 죄보다 큽니다. 에이미의 범죄는 판타지의 영역에 속하지만 그의 잘못은 변론과 핑계가 통하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입니다.

벤 애플렉과 로자먼드 파이크 모두에게 [나를 찾아줘]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벤 애플렉을 싫어하는 관객들도 이 영화의 애플렉의 연기는 좋아할 텐데, 일단 그가 당하는 걸 구경하는 게 굉장히 재미있으니까요. 무엇보다 그가 연기하는 일상적으로 짜증나는 평범하고 구질구질한 유부남 묘사가 무지 적나라합니다. 이전보다 연기를 특별히 더 잘 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엄청 와 닿아요. 로자먼드 파이크는 벤 애플렉과 정반대의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현실성 따위는 고양이에게나 던져 버리고 엄청나게 멜로드라마틱한 인위적 과장을 허용하지요. 그러는 동안에도 인간적인 감정이나 실수를 슬쩍 노출시킬 때는 귀엽기까지 해요. 파이크가 지금처럼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적이 있었었나요? (14/10/27)

★★★☆

기타등등
부부의 묘사에는 원작자 플린 자신의 경험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플린도 고향이 미주리이고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TV 비평가로 일하다가 2008년에 잘렸거든요.


감독: David Fincher, 배우: Ben Affleck, Rosamund Pike, Neil Patrick Harris, Tyler Perry, Carrie Coon, Kim Dickens, Patrick Fugit, David Clennon, Lisa Banes

IMDb http://www.imdb.com/title/tt226799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6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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