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와이프 The Wife (2017)

2019.02.25 19:17

DJUNA 조회 수:5114


비외른 룽게의 [더 와이프]는 멕 울리처의 동명 소설을 영화한 작품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1992년인데 울리처의 소설이 나온 건 2003년. 원작에서도 이 시대를 택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랬다면 주인공의 나이 때문이었겠죠. 195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여자의 이야기여야 가장 맞는 이야기입니다. 조금 더 과거로 가도 되겠지만 1990년대가 가장 무난하죠.

영화는 저명한 소설가 조셉 케셀먼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시작됩니다. 당연히 그는 상을 받으러 스웨덴으로 갑니다. 혼자 가나요? 몇십 년 동안 그의 곁을 지키며 동고동락한 아내 조운과 아들 데이빗도 데려갑니다. 그리고 조셉 케셀먼의 전기를 쓰려는 작가 내서니얼 분이 그들의 뒤를 따릅니다. 분에게는 한 가지 가설이 있어요. 그건 케셀먼의 문학적 업적이 온전히 그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처음엔 이게 작가와 편집자의 이야기가 아닌가 했습니다. 그것도 재미있고 가치있는 이야기일 테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그보다 더 막 나가요.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작가로서의 야심을 접고 남편을 내조하며 평생을 보낸 인생의 조연으로 보였던 여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관객들이 이 비밀을 뒤늦게 알아차린다면 이 설정 자체가 좀 과장되고 인위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례가 감추어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게 아주 자연스러운 이야기처럼 보이지는 않잖아요.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더 섬세한 접근법을 택할 수도 있었을 거고요. 영화는 아주 둔탁한 멜로드라마입니다. 노벨문학상을 소재로 삼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둔탁함이 더 눈에 뜨이죠. 결코 재미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야기의 매력보다는 담고 있는 주제가 더 눈에 들어오고요. 부당하게 무시당하고 묻히는 여성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항변말이죠.

영화에서 가장 성공적인 건 역시 배우들입니다. 남편 역의 조나단 프라이스도 언제나처럼 좋지만 [더 와이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글렌 클로스를 위한 영화입니다. 스포트라이트 바로 옆에 비껴간 조연 자리에 서서 리액션 연기를 하던 캐릭터가 중반 이후로 당당한 주연의 자리에 서서 포효하는 과정 자체가 오로지 클로스라는 배우를 빛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에요. 이 영화로 클로스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탔다면 정말 좋았겠죠. 물론 전 [더 페이버릿]의 올리비아 콜먼이 상을 탄 것에 전혀 불만이 없지만. (19/02/25)

★★★

기타등등
우리 우주의 1992년 노벨 문학상은 데릭 월컷에게 돌아갔습니다.


감독: Björn Runge, 배우: Glenn Close, Jonathan Pryce, Max Irons, Christian Slater, Harry Lloyd, Annie Starke, Elizabeth McGovern

IMDb https://www.imdb.com/title/tt375087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7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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