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의 군대]라는 제목만으로도 내용 대부분이 설명되지 않겠습니까? 굳이 설명을 해야 하나요? 해야 한다고요. 어쩔 수 없군요. 제2차 세계대전 때 한 무리의 소련 군인들이 상부의 명령을 받고 적진에 들어가는데, 알고 봤더니 그곳은 우리가 아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손자가 인간과 기계를 합체한 괴물들을 만들고 있었다더라...하는 이야기입니다.

파운드 푸티지 영화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파운드 푸티지 영화들 중 가장 설득력이 떨어지는 작품이에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점한 영화학도가 전쟁터에서 이처럼 화질과 음질이 훌륭한 결과물을 남길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사방에서 좀봇(좀비 + 로봇)이 날뛰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카메라를 잡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겠어요. 결정적으로, 이들은 소련군이면서 러시아어를 하는 대신 러시아 억양을 섞은 영어로 말을 한답니다. 어차피 가짜인 거 알면서 보는 거 굳이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순수성을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건 좀 민망하지 않습니까. 차라리 영화 끝날 무렵에 주인공 머리에 카메라라도 이식했다면 이 형식을 인정하겠지만 그것도 아니니, 그냥 쓸모없는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에 방해만 되었을 뿐이죠.

영화에서 그럭저럭 성공이었던 건 형식보다는 프랑켄슈타인 괴물과 나치 이야기를 합친 난장판 싸구려 영화의 설정입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좀봇들은 예상할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깜찍하니 재미있습니다. 파운드 푸티지에 집착하지 말고 이들의 활약을 조금만 더 보여주었다면 좋아겠지만 어쩌겠어요. 이미 끝나버린 거.

전쟁물과 호러물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합니다. 전쟁 자체가 호러라 장르 호러를 먹어버리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의 군대]에서는 소재가 비교적 무난하게 전쟁이라는 테마에 녹아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초점이 공포보다는 전쟁의 광기과 어리석음을 과장하는 데에 집중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전쟁과 장르 호러를 함께 다룬 영화들 중 최고라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이들이 목표로 삼은 B영화의 놀이터에서 자연스러운 성과를 거두었던 것뿐이죠. 그것도 좋은 거지만. (13/07/21)

★★☆

기타등등
영화 소품 몇 개는 분명 [에일리언]과 기거의 영향을 받았어요. 하긴 이런 소재를 다루면서 안 받기도 힘들죠.


감독: Richard Raaphorst, 배우: Karel Roden, Joshua Sasse, Robert Gwilym, Alexander Mercury, Luke Newberry, Hon Ping Tang, Andrei Zayats, Mark Stevenson, Cristina Catalina

IMDb http://www.imdb.com/title/tt192543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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