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티튜드 Altitude (2010)

2012.09.21 21:37

DJUNA 조회 수:7744


경비행기를 타고 콜드플레이 공연을 구경하러 간 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주인공입니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라는 비행기 사고로 조종사였던 엄마를 잃은 경험이 있지만, 아빠 몰래 비행사 자격증을 땄지요. 이들이 탄 비행기는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고도를 유지하지 못한 채 상승하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정체불명의 검은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리고 그 구름 안에서는 거대한 검은 문어처럼 생긴 괴물이 비행기와 승객들을 노리고 있습니다.

[앨티튜드]의 시놉시스와 포스터를 보고 제가 맨 처음 떠올린 건 아서 코난 도일의 단편 [하늘의 공포]였습니다. 머나먼 하늘 저편에 온갖 종류의 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걸 목격한 비행사가 주인공인 호러지요. 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당시엔 하늘은 지금의 심해가 그런 것처럼 아직 미지의 영역이었지요.

그래서 혹시 원작이 아닌가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니더군요. 하늘에 괴물이 있는 걸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환상특급]의 몇몇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은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야기예요. 아이디어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반전은 그냥 쇼크용이 아니라 전체 구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요.

단지 이야기의 제한이 너무 큽니다. 초반과 몇몇 회상 장면을 제외하면 주인공들은 경비행기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밖에 거대한 식인 괴물이 버티고 있긴 한데, 이 괴물과 주인공간의 상호관계는 어쩔 수 없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괴물이 얼마 나오지도 않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러니 빈 시간을 다른 이야기로 채울 수밖에 없는데, 이게 재미가 없습니다. 일단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심각할 정도로 매력이 떨어져요. 아무나 잡고 비행기 밖으로 던져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죠. 이들의 갈등과 드라마도 지나치게 억지스러워서 몰입도가 떨어지고요. '괴물을 보여줘!'라는 말이 계속 목구멍까지 올라가더군요.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나오는 괴물도 특수효과의 한계 때문에 큰 재미가 없고요. 단편 소재가 자꾸 길어지니까 중간에 설득력을 잃어버리는 것도 문제.

한 마디로, 영화가 너무 깁니다. 이건 암만 봐도 단편 소재예요. 20분 정도면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죠. 그런데 이 소재로 90분 분량의 장편영화로 만들려 했으니, 영화가 싱거워지는 거죠. (12/09/21) 

★★

기타등등
언젠가 코난 도일의 소설을 각색해도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단지 호러 효과는 많이 떨어지겠죠. 지금은 먹히지 않는 이야기니까.

감독: Kaare Andrews, 출연: Jessica Lowndes, Julianna Guill, Ryan Donowho, Landon Liboiron, Jake Weary, Mike Dopud

IMDb http://www.imdb.com/title/tt140704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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