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Sully (2016)

2016.09.30 06:43

DJUNA 조회 수:13825


2009년 1월 15일,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출발해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으로 향해 날아가던 1549편기는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직후 새떼와 충돌합니다. 엔진 두 개가 모두 고장난 상황에서 기장인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는 비행기를 허드슨강에 불시착시킨다는 결정을 내리죠. 그리고 다들 뉴스에서 봐서 아시겠지만 설렌버거는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탑승자 155명 전원이 살아남았지요.

어마어마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영화로 만들면 될까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허드슨강 불시착의 액션은 겨우 208초 걸렸습니다. 3분이 조금 넘는 시간이죠. 이것만으로는 극장용 영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최신작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원작으로 삼은 건 체슬리 설렌버거의 자서전 (제프리 재슬로가 같이 썼습니다)입니다. 이 책은 208초의 비행뿐만 아니라 설렌버거의 일생과 비행안전에 대한 저자의 의견 역시 담고 있죠. 이것만으로도 이야기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영화는 조금 더 강한 갈등구조를 원했던 모양입니다.

토드 코마니츠키가 쓴 각본은 NTSB(미국 연방 교통 안전 위원회)를 주인공 설리가 대적하는 상대로 만듭니다. NTSB의 관료들은 설리의 선택에 의구심을 품고 만약 그가 규정대로 회항했다면 비행기를 잃지 않고 무사히 착륙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합니다. 관료주의 대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고독한 영웅의 대립 이야기가 되는 거죠. 물론 국가적 영웅이 된 사람에게 NTSB가 그렇게 적대적이었을 리는 없으니 영화의 표면적인 갈등구조는 어쩔 수 없이 허구입니다. 그 때문에 설렌버거는 영화 속 NTSB 사람들의 이름을 바꾸어달라고 영화사에 요청했었다죠. 여기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다움을 읽는 건 자유지만 전 이스트우드가 감독이 아니었어도 결국 할리우드는 비슷한 길을 택했을 거 같습니다. 실화를 갖고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의외로 내성적인 영화입니다. 물론 허드슨강 불시착의 액션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다루는 건 그 기적적인 착륙을 성공시킨 이후 설리가 겪는 내면의 갈등이죠. ("나는 성공했어. 하지만 내가 정말 옳았는가?")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인셉션]이 떠올랐는데, 그건 이 영화의 주배경이 되는 뉴욕시가 설리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준비한 거대한 연극 배경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맥스로 찍은 영화이니 다들 비행기 불시착 장면을 기대할 텐데, 영화가 진짜로 신경 쓰는 것은 설리를 연기한 톰 행크스의 클로즈업이고요.

한국 관객들에겐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모두가 세월호를 생각하며 이 영화를 볼 것이고 스크린 위에 펼쳐진 사건은 세월호와 모든 면에서 정반대니까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영웅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긍심을 갖고 자신의 직업에 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룬 시스템의 승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보면서 부러워하는 건 정상입니다. (16/09/30)

★★★☆

기타등등
아이맥스로 봤습니다. 일반판과 아이맥스판은 화면비율이 달라요. 아이맥스는 1.9이고 일반판은 2.35:1이죠. 디지털 아이맥스에서 대단한 해상도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일반판은 위아래의 화면 손실이 있을 겁니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일반판도 1.85:1로 트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감독: Clint Eastwood, 배우: Tom Hanks, Aaron Eckhart, Laura Linney, Valerie Mahaffey, Delphi Harrington, Mike O'Malley, Jamey Sheridan

IMDb http://www.imdb.com/title/tt326390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3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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