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투비 : 리턴투베이스 (2012)

2012.08.10 10:08

DJUNA 조회 수:19259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는 원래 가제가 [레드 머플러]였고, 신상옥이 감독한 [빨간 마후라]의 속편 또는 리메이크인 작품으로 잠시 홍보되었죠. 물론 내용상 연결은 전혀 없고, 요새 관객들 중 [빨간 마후라]를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을 테니, 다른 제목으로 넘어가는 건 시간 문제. 그래도 [빨간 마후라 2] - [레드 머플러] - [하늘에 산다] - [비상: 태양 가까이] -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로 이어지는 제목들의 릴레이는 지나치게 장황합니다.

영화는 [빨간 마후라]보다는 이만희의 [창공에 산다]에 더 가까운 작품입니다. 잠시 [하늘에 산다]라는 제목이 나왔을 때, 그걸 눈치 챈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시대배경은 한국전이 아닌 현재 또는 근미래이고, F15K를 모는 21전투비행단 조종사들이 주인공입니다. [창공에 산다]가 그랬던 것처럼 영화 초반 절반은 조종사들의 사생활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있고 전투기 액션은 1시간 넘어서야 나옵니다. 하긴 [탑 건]도 그렇긴 하죠. 영화도 [창공에 산다]보다는 [탑 건]을 모방했을 겁니다. 적어도 등장 인물 세 명이 대충 기능이 일치해요.

모방한 것이 [탑 건]인지, [창공에 산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반부는 지겹기 짝이 없습니다. 일단 관객들이 감정이입하거나 좋아해야 할 정지훈의 캐릭터 태훈은 그냥 형편없는 녀석이에요. 오만방자하고 불쾌하고 결정적으로 아무런 매력도 없는데, 스토리 전개를 위해 주변 사람들이 뭔가 가치가 있는 놈인 척 억지로 봐줘야 하는 인간이죠. 나머지 인물들은 기능성이거나 무색무취하고요. 이런 사람들이 공군 배경으로 한국 직장 배경 미니 시리즈 스타일의 연애를 하고 코미디를 하고 있으니. 집중이 될 리가 없습니다.

중반을 넘어서면 액션이 나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시죠. 이 영화의 시대배경은 현재입니다. 적기와 싸우는 공중전을 보여주어야 하고요. 그렇다고 제2차 한국전쟁을 일으킬 수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설정이 맞는 정교한 배경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를 대충 처리해 버립니다. 주인공들이 지루한 연애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핵전쟁 위기 상황이 터져요. 갑자기 딴 영화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겁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테크노 스릴러를 만들거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주인공들은 인간적 매력 따위는 전혀 없으니 차라리 기능성을 강조하는 게 낫습니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후반 1시간만으로는 커버가 거의 불가능해요. 더 많은 액션을 요구하지요. 북한에서는 쿠데타가 터지고, 서울에서 공중전이 일어나고, 남한 조종사가 북한에 고립되고... 이 모든 일들을 한 시간 안에 다 해결해야 합니다. 보고 있으면 연애하다 낭비한 앞의 한 시간이 아까워 죽을 지경이죠.

때깔은 좋은 편입니다. 특수효과도 대부분 괜찮고요. 하지만 의도했던 기능은 못 합니다. 우선 계산들이 다들 어긋나 있어요. 영화가 가장 먼저 내세우는 서울의 공중전 장면부터 보시죠. 이것이 제대로 살려면 클라이맥스여야죠. 하지만 이 공중전 장면은 순전히 동기부여용 도구에 불과합니다. 뭔가 많이 부서지고 터지긴하지만 관객들이 기대하는 카타르시스는 없죠. 그러니 진짜 액션은 뒤로 가야 하는데, 정작 후반부는 허겁지겁 다이제스트입니다. 최소한 두 배의 시간을 들여서 해야 할 것들을 우당당탕 몰아서 하고 있지요. 뭔가 거창하게 벌어지긴 하는데, 있어야 할 재미가 별로 없어요. 장면 연결과 전환도 어색하기 짝이 없고.

구경거리로서 정말 좋긴 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할 건 다 합니다.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장면들에 레퍼런스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의 익숙한 지형지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걸 제외하면 다 어디서 본 거 같단 말입니다. 아무리 소란을 떨어도, 이 영화는 결국 CJ에서 줄기차게 내놓는 "할리우드에서 하는 걸 우리도 비슷하게 해보자" 블록버스터에 불과한 겁니다. 이미 알고 계셨다고요. 그렇겠죠.

배우들은 고생합니다. 이 영화엔 제대로 된 연기지도가 거의 없거든요. 각자 알아서 뛰어야 하는데, 대사는 조악하고 캐릭터는 얄팍하니 연기할 기분이 날 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연기를 해도 결과물이 [배달의 기수]처럼 나올 수밖에 없는 영화거든요. 그리고 김성수는 대사 연기나 목소리 톤이 딱 70년대 방화 더빙 성우 투라서 레트로 분위기가 팍팍 나요. 그의 캐릭터도 딱 그런 영화의 주인공처럼 행동하고요.

의도는 알겠지만, 차라리 그냥 [빨간 마후라] 리메이크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제대로 된 한국전쟁 배경 공중전 영화가 나올 때도 되었잖아요. 원작의 내용은 닭살 돋아 못 쓰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인물과 드라마로 뭔가 할 수 있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적어도 이 영화의 태훈 같은 인물은 안 나왔을 걸요. (12/08/10) 

★★

기타등등
1, 빠른 탈것을 조종하는 것 이외엔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재수없는 놈의 역할은 [모터웨이]의 여문락이 훨씬 잘 했지요. 영화도, 캐릭터도 그 쪽이 훨씬 쿨했습니다. 왜냐고요? 주인공이 결국 그런 놈에  불과하다는 걸 영화가 담담하게 인정하고 있거든요. 

2. 아무리 생각해도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 영화의 별것도 아닌 한 장면을 위해 유준상이 열심히 만들었던 몸을 [다른나라에서] 영화 전체에 무단으로 써먹었던 홍상수. 

감독: 김동원, 출연: 정지훈, 신세경, 유준상, 김성수, 이하나, 이종석, 정경호, 백봉기, 오달수, 정석원, 조성하, 정호빈,  다른 제목: R2B: Return to Base, Soar Into the Sun, 레드머플러, 비상: 태양 가까이, 하늘에 산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225374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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