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던트 Yi ngoi (2009)

2012.11.05 00:05

DJUNA 조회 수:7154


정보서의 [엑시던트]는 제가 처음 봤을 때 리뷰할 기회를 놓친 영화인데, 그 뒤로 자꾸 이 영화를 언급할 기회가 생기더군요. 결국 얼마 전에 다시 한 번 봤습니다.

4인조 살인청부업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브레인, 나이 지긋한 아저씨, 뚱보, 젊은 여자로 구성된 이 팀은 루브 골드버그 머신을 연상시키는 복잡한 연쇄작용으로 사고를 조작해서 살인을 저지릅니다.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겠지만, 너무 따지지는 말기로 합시다. 그렇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당연한 일이지만 두 번째 살인 때 사고가 발생합니다. 청부받은 살인은 무사히 마쳤는데, 그 뒤 갑작스럽게 교통사고가 일어나 멤버 중 한 명이 목숨을 잃고 만 거죠. 그는 죽기 전에 브레인에게 묻습니다. "저거 사고였어?"

그건 브레인도 궁금합니다. 그는 우연의 일치나 사고처럼 보이는 모든 일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거든요. 여기서 우리는 교훈을 얻습니다. 음모론에 가장 쉽게 빠질 수 있는 사람은 음모가 자신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1편과 비슷한 방향으로 갈 것 같습니다. 남은 멤버들을 결집해서 그들을 공격한 보이지 않는 적이나 내부의 적을 응징해야죠. 그리고 실제로 브레인이 하려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브레인의 의도대로 흐르지 않습니다. 일단 관객들은 브레인의 판단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없어요. 그가 맞을 수도 있지만 순전한 사고일 수도 있죠. 아니면 둘 다 아닌 어떤 것이거나. 이렇게 혼란스럽다보니,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의 세계를 떠나 우연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안토니오니의 [블로우 업]이나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세계로 넘어갑니다. 안 그럴 것 같았던 장르영화가 갑자기 예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영화의 해석 가능성은 넓어져 갑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음모론에 대한 고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다르게 보면 이는 영화를 만드는 행위와 이 장르를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죠. 아마 이것은 신과 신을 모방하는 예술가의 관계에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1시간 반도 되지 않는 짧은 영화치고는 주제가 묵직하죠.

[모터웨이]와 마찬가지로 [엑시던트]도 일단은 제작사 밀키웨이의 개성 안에 속해 있습니다. 냉정한 프로페셔널들의 이야기를 다룬, 바닥에 건조하고 조금은 괴상한 시적 분위기가 흐르는 우울한 느와르죠. [엑시던트]를 처음 보았을 때는 두기봉과 구별되는 정보서만의 개성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모터웨이]를 본 뒤로는 그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더군요. 아마 제가 읽었던 건 얼마 전에 작고한 각본가 사도금원의 개성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다시 한 번 명복을. (12/11/05)

★★★

기타등등
그런데 [모터웨이]는 개봉 안 하나요? 부천에서 반응이 좋아서 [나이트폴]보다는 빨리 개봉할 줄 알았는데.

감독: Pou-Soi Cheang, 출연: Louis Koo, Richie Ren, Shui-Fan Fung, Michelle Ye, Suet Lam, Alexander Chan, Yuqin Han, 다른 제목: Accident, 의외

IMDb http://www.imdb.com/title/tt120251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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