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지뢰 폭발로 아버지를 잃은 비디오 가게 직원인 바질은 어느 날 총기사고로 머리에 총을 맞습니다. 총알을 머리에 넣은 채 간신히 살아남은 그는 거리를 방황하다가 재활용품을 이용해 살아가는 괴짜들인 티르라리고 사람들을 만나요. 바질은 아버지를 죽게 하고 자기 머리에 총알을 박은 두 무기제조회사 사장들에게 복수하기로 마음 먹고 티르라리고 사람들 역시 그를 돕게 됩니다.

[믹막 : 티르라리고 사람들]에서 깊이 있는 드라마나 입체적인 캐릭터를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영화는 어느 쪽에도 관심이 없으니까요. 바질의 이야기는 파란만장하지만, 이는 앞으로 영화가 보여줄 구경거리를 위한 요점정리 요약본에 불과합니다. '괴짜들이 무기제조회사에 복수한다'는 이야기만 성립되면 어떤 동기여도 상관이 없죠. 바질이 아닌 다른 누구여도 상관이 없는 겁니다.

요점정리 이후 영화가 보여주는 구경거리는 장 피에르 주네식으로 만든 [미션 임파서블]입니다. 다양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두 거물급 악당들을 혼내주는데, 여기엔 온갖 이상한 장치들과 사기 공작이 개입되는 거죠. 이 정도면 보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가능할 겁니다. 이미 우리는 주네의 서랍 안에 어떤 장난감들이 있는지 알고 있지요. 하지만 주네 같은 스타일리스트에게 이 정도 자기반복은 그냥 당연한 것 같습니다.

군수업자들에 대한 비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고발하는 대신 그들을 앞에 세워놓고 두들겨 패는 데에 집중하는 영화지요. 내용상 이들이 다른 직업의 악당이어도 상관 없었을 겁니다. 그 직업이기 때문에 더 스펙터클해지긴 했지만요. 깊이 있는 이야기 따위는 아닙니다만, 보면 시원해지긴 합니다. 어떨 때는 이런 식의 단순한 카타르시스가 진지한 비판보다 더 필요할 때가 있는 거 같아요. (12/05/04) 

★★★

기타등등
1. 도입부에 [빅 슬립]의 클립이 나옵니다. 그런데 필립 말로가 비비안 러틀리지를 '너'라고 부르는 식으로 번역해놨더군요. 그 영화에서 말로가 그런 입장은 아니지 않습니까.

2. [델리카트슨]의 인용이 있습니다. 원래는 [아멜리]의 주인공들을 다시 등장시킬 생각이었다는데, 오드리 토투의 스케줄 때문에 포기했다고 합니다. [아멜리] 쪽이 더 어울렸을 거예요. [델리카트슨]과 [믹막]의 우주는 같은 곳일 수가 없으니까요.


감독: Jean-Pierre Jeunet, 출연: Dany Boon, André Dussollier, Nicolas Marié, Jean-Pierre Marielle, Yolande Moreau, Julie  Ferrier, Omar Sy, Dominique Pinon, Michel Crémadès,  다른 제목: Micmacs 

IMDb http://www.imdb.com/title/tt114936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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