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터스 Predators (2010)

2010.08.19 09:54

DJUNA 조회 수:15190


전 비디오로 오리지널 [프레데터]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이고 이들에 대한 향수섞인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외계인 종족을 과대평가할 생각은 없어요. 어쩌다 한 카테고리로 묶인 에일리언이 TOP라면 프레데터는 그냥 커피입니다. 특히 [프레데터 2]에서 녀석의 정체를 보다 상세하게 밝힌 뒤로 매력은 더 떨어져 버렸죠. 그 뒤로 나온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속편들은 이들을 그냥 한심하게 만들었고요. 항성간 우주여행이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능력을 사냥 스포츠에만 쓰는 녀석들을 어떻게 존중할 수 있겠어요.


그래도 로버트 로드리게스가 제작하고 님로드 안탈이 감독한 [프레데터스]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았을 겁니다. 제가 아무리 설정에 불만이라고 해도, 오리지널 [프레데터] 시리즈는 흥겨운 80년대 액션물들이었습니다. 재미있었고 볼만 했어요. 당시 영화들의 태도와 분위기만 살려도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영화들이 망쳐놓은 기억을 고쳐놓을 수 있을 것 같았죠.


하지만, 도입부에서부터 [프레데터스]는 몇 점 깎고 들어갑니다. 전 에이드리언 브로디의 캐릭터가 추락하는 동안 깨어나 비명을 질러대는 장면은 좋았어요.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프레데터들의 인간사냥을 위해 만들어놓은 놀이터라는 걸 알게 된 뒤로 맥이 탁 풀려버립니다. 이 무대는 거의 TV 버라이어티 쇼만큼이나 인공적이에요. 


이 영화에는 프레데터들이 나오는 장면들이 별로 없습니다. 낯선 행성에 떨어져 사냥감의 신세가 된 지구인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죠. 괜찮아요. 제가 좋아하는 SF 재료지요. 하지만 프레데터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이런 비율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프레데터들이 나오는 액션 영화에서 프레데터들의 비중이 낮으면 자연스럽게 액션의 비중도 낮아질 수밖에 없지요. 이건 산수가 아닙니까.


정작 나오는 프레데터들도 우리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이들은 오리지널 영화의 프레데터들보다 더 큽니다. 아마 무기도 더 좋은 걸 가졌을 거고 힘도 셀 겁니다. 그런 놈들이 셋이 되는데, 자기 앞마당에 가두어 놓은 재래식 무기를 가진 인간들에게 당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가 의미있는 결말을 내려면 녀석들은 형편없이 시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존중이고 뭐고 없습니다. 


님로드 아탈이 서스펜스와 액션을 구축하는 방식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인간무리와 프레데터들이 그렇게 자주 얽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대결은 대부분 심심한 총격전으로 끝납니다. 충분히 서스펜스를 구축할 수 있는 장면들도 그냥 내용만 읊고 가는 경우가 많고요. 두 번째 프레데터와의 대결 같은 건 너무 뻔뻔스럽게 설정을 잡아놔서 싱거울 정도지요.


캐스팅은 준수합니다. 에이드리언 브로디, 토퍼 그레이스, 로렌스 피시번... 이들에게 대단한 연기의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들은 여전히 좋은 배우들입니다. 전 영화가 서바이벌 게임의 윤리를 다룰 때 주목했습니다. 아마 [프레데터] 영화가 아니었다면 더 신경썼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프레데터] 영화는 프레데터 위주여야 하고 그들은 무서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10/08/19)



기타등등

이 영화의 프레데터는 다른 회사에서 만든 증강현실을 쓰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감독: Nimród Antal, 출연: Adrien Brody, Topher Grace, Alice Braga, Walton Goggins, Oleg Taktarov, Laurence Fishburne, Danny Trejo, Louis Ozawa Changchien, Mahershalalhashbaz Ali


IMDb http://www.imdb.com/title/tt142438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3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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