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소리 (2011)

2012.04.09 23:31

DJUNA 조회 수:8969


두레소리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의 합창동아리입니다. [두레소리]는 이 동아리의 창단실화를 그린 영화고요.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으니 엄청 험한 일을 겪었나보다, 라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영화에 그려진 멜로드라마도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고요. 감독말에 따르면 사실과 허구의 비율은 7대3 정도 된다더군요.

잔가지들을 다 빼면, 학교에 합창단이 생겼는데, 입시와는 별 상관이 없지만 애들도 좋아했고 열심히 했으며 지금까지도 잘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잔가지를 더하면, 이 영화는 입시전쟁의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던 아이들이 부모와 학교의 반대를 무릅쓰고 합창단 활동을 하는데, 그 동안 우정은 시험받고, 사제간의 정은 쌓인다는 이야기입니다. 8,90년대 한국 학교 영화의 익숙한 클리셰들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정도면 심심하거나 뻔한 영화란 말이겠죠.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대단히 신선하거나 극적인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아닌데도, [두레소리]에는 예상 외의 재미와 처음 보는 구경거리들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캐스팅입니다. 전문배우가 거의 나오지 않는 영화예요. 학생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모델이 된 캐릭터들의 후배인 두레소리 단원들입니다. 지도교사인 함현상은 자기 자신을 연기하고 있고요. 태어난 지 몇 년 되지도 않는 학교 동아리가 자기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고 이를 세상에 들려주기 위해 자급자족으로 만든 영화를 상상하시면 됩니다. 물론 정말로 그렇게 아마추어적이기만 한 작품은 아닙니다만.

그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진짜'를 구경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은 전문배우가 아니지만 캐릭터와 캐릭터가 속해있는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고, 캐릭터의 전공을 대역이나 더빙 없이 소화해낼 줄 압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들에게서 연예인의 가식을 완전히 제거합니다. 이 아이들의 대사와 행동은 우리가 요새 고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아이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바로 그런 것입니다. 거칠고 늘 예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 때문에 그 현실성은 배가 되지요.

국립전통예술학교 학생들의 꼼꼼한 묘사 역시 영화의 장점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 시대 예술전공학생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드문 영화입니다. 하늘하늘한 예능 전공 여자학생의 클리셰는 흔적도 찾을 수 없고, 필사적인 입시경쟁, 사교육, 미래에 대한 압박감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관객들은 국악을 전공하는 아이들 세계에 대한 소소한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돌이 판치는 이 시대에, 노래를 부르면서 농음을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세계가 있다는 건 거의 신기하기까지 하죠.

여기서 두레소리 합창단은 재미있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영화에서 학교나 부모가 반대하는 일을 하는 학생들은 인생진로를 바꾸기 위해 엄청난 결단을 내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합창단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동아리 활동일 뿐이죠. 그들은 진로를 바꿀 생각도 없고 포기할 생각도 없습니다. 단지 입시와 관련되지 않은 동아리 활동도 재미로 열심히 하고 싶을 뿐이죠. 그리고 입시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이 가벼운 선택은 오히려 거의 혁명적으로 보입니다. 이런 것들이 혁명적이 된다는 것 자체가 괴상하지만 우린 그런 세상을 살고 있죠. (12/04/09) 

★★★

기타등등
슬기로 나오는 김슬기는 어렸을 때 [대장금]에서 [오나라]를 불렀다는군요. 

감독: 조정래, 출연: 김슬기, 조아름, 함현상, 최은영, 임하늬, 최은혜,  다른 제목: Du-re Sori Story, 꿈꾸지 않으면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Du-re_Sori_Story.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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