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윅스트 Twixt (2011)

2013.03.24 15:47

DJUNA 조회 수:7196


[트윅스트]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세 번째 호러입니다. 이 정도면 적다고 할 수 없는 수죠. 하지만 정작 이들은 장르에 대한 코폴라의 관심을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디멘시아 13]는 코먼 공장에서 생산했던 기성품들 중 하나였고,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호러라기보다는 문학 각색물이었지요. [트윅스트]도 그렇게 장르를 깊게 파는 호러가 아닙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싫어하는 것도 코폴라가 장르를 건성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코폴라에 따르면 [트윅스트]는 자신의 진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를 만들기 몇 년 전에 에드가 앨런 포나 내서니엘 호손이 나오는 악몽을 꾸었다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결국 그걸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니면 새뮤얼 콜리지가 [쿠블라 칸]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 자체가 허구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싸구려 호러작가인 할 볼티모어입니다. 신작홍보 사인회를 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던 그는 고장난 시계탑에 붙은 일곱 개의 시계가 각기 다른 시각을 가리키는 시골마을에 멈춥니다. 그의 팬인 마을 보안관 바비 라그랑지가 이 마을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정보를 흘리면서 공저를 제안했기 때문이죠. 마을의 호텔에 에드가 앨런 포가 잠시 머물렀다는 사실도 조금은 당겼고.

이 뒤로 볼티모어는 호텔에 머물며 작업을 시작하는데, 그러는 동안 계속 V라는 이름의 소녀 귀신과 에드거 앨런 포가 나오는 꿈을 꿉니다. 그리고 그들은 마을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거나 직접 그 주제로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영화 호러 기능 자체는 최소한으로 축소되어 있습니다. 코폴라는 굳이 관객들을 무섭게 하거나 놀래킬 생각은 없어요. 그 재료를 이용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이미지를 꾸미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죠. 나름 피가 튀기는 후반만 해도 쇼크 효과는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러면서 시치미를 뚝 떼고 "이런 건 아무 것도 아니야!"라고 허겁지겁 영화를 끝내버리죠.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껴도 당연한 일.

영화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미치광이 살인마나 소녀 귀신이 아니라 슬럼프에 빠져 있는 작가의 생고생입니다. 발 볼티모어가 텅 빈 머리속에서 뭔가 팔 수 있는 것을 끌어내기 위해 발악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면서 마구 공감이 갑니다. 그가 꾸는 악몽과 괴상한 사건들은 이 진짜 드라마를 과장하기 위한 재료일 뿐이죠.

그러니까 엄청난 코폴라 팬이 아닌 일반 관객들이 좋아할 영화는 아닙니다. 프랑스 평론가들은 좋아하겠죠. 코폴라의 작가로서의 자의식이 똘똘 뭉친 영화니까. 하지만 굳이 관객들이 그들을 따라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전 이 88분짜리 난장판을 보면서 킬킬거리며 신나게 즐겼던 것 같습니다. 그럭저럭 공감할 부분도 있었고, 엉뚱한 유머도 없지는 않았으며, 무엇보다 V로 나온 엘 패닝이 참 예뻤으니까요. (13/03/24)

★★☆

기타등등
1, 부분 3D 영화입니다. 어디가 3D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꿈장면들이 아니었을까요.

2. 코폴라가 호러 장르를 건성으로 다루었다고 불평하긴 했지만, 뱀파이어 이빨이 교정틀을 찢고 나오는 장면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3. 발 킬머와 조안 웨일리는 참 안 좋게 헤어진 커플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다시 부부로 나오더군요. (물론 사이가 아주 안 좋은 부부요.) 경력이야 어떻건, 보여지는 모습만 보면 조안 웨일리의 승. 웨일리는 여전히 날씬하고 예쁜데, 킬머는 호빵맨이 다 되었더군요.

감독: Francis Ford Coppola, 배우: Val Kilmer, Bruce Dern, Elle Fanning, Ben Chaplin, Joanne Whalley, David Paymer, Anthony Fusco, Alden Ehrenreich, Bruce A. Miroglio, Don Novello, Ryan Simpkins

IMDb http://www.imdb.com/title/tt175685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6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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