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무뢰한 Seven Men from Now (1956)

2015.10.28 00:49

DJUNA 조회 수:4340


버트 케네디/버드 베티커/랜돌프 스코트 콤비는 그냥 우연의 결과입니다. 펜싱 트레이너이고 스턴트 더블이던 버트 케네디가 바로 이 작품 [7인의 무뢰한]의 각본을 썼죠. 로버트 미첨이 각본에 관심을 보이자 존 웨인이 샀어요. 원래는 자기가 주연을 하려고 했지만 존 포드의 [수색자]를 찍을 때라 랜돌프 스코트에게 양보를 했고 스코트는 전에 같이 영화를 찍었던 감독 버드 베티커를 불러왔고요. 어떻게 뭉쳤건, 이들은 이후 몇 년 동안 일곱 편의 작지만 훌륭한 서부영화들을 같이 만들었습니다.

[7인의 무뢰한]은 이들이 앞으로 만들 영화의 원형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그리고 펜싱 스턴트 더블의 첫 작품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멋진 각본을 갖고 있죠. 하지만 정작 줄거리 설명이 조금 힘들어요.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보는 것입니다.

그래도 설명이 필요하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랜돌프 스코트가 연기하는 벤 스트라이드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비 오는 날 바위 밑에서 불을 쬐고 있던 남자 둘을 총으로 쏴 죽입니다. 나머지 악당들을 찾아 싸돌아다니던 스트라이드는 캘리포니아에 간다는 그리어 부부를 만나 그들과 길을 함께 합니다. 그러던 도중 그와 인연이 있던 마스터스와 클리트라는 악당을 만나죠.

[7인의 무뢰한]에서 재미있는 건, 정의나 복수와 같은 익숙한 서부극의 모티브를 재료로 삼고 있는 영화이면서 의외로 백지 상태에서 드라마가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랜돌프 스코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도입부에서 누가 악당인지도 확신하지 못할 거예요. 이후에 스트라이드를 따라가며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동기를 갖고 있는지를 알려면 영화의 3분의 1을 넘겨야 합니다.

일단 스트라이드의 캐릭터가 파악된 뒤에도 이야기는 여전히 방향성을 종잡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리 마빈이 연기한 마스터스입니다. 그는 악당입니다. 하지만 어디로건 갈 수 있는 회색 인물이죠. 그리고 그는 후반으로 가면 진짜로 영화의 복수극 구조를 완전히 뒤흔들어버립니다. 이야기가 비교적 정상적인 권선징악으로 맺어지긴 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과정을 통해 끝나지는 않아요.

[7인의 무뢰한]은 의외로 내성적인 영화입니다. 수정주의 서부극 같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서부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건 폭력이 아니라 내면의 갈등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스타라이드의 남성적 자존심과 명예는 이상할 정도로 수줍고 위축된 방식으로 표출됩니다. 그가 애니 그리어의 키스를 서툴게 거부하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군요. 그리고 영화는 그에게 그의 좌절을 정상적인 서부극의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작은 영화입니다. 유명하지 않은 감독이 한물 간 배우를 데리고 찍은 78분짜리 소품이죠. 하지만 이 작은 사이즈는 오히려 영화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존 포드처럼 야만과 문명의 거대한 대결을 그리는 서사시를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주제와 소재에 맞는 스케일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맞겠죠. (15/10/28)

★★★☆

기타등등
게일 러셀의 5년만의 복귀작입니다. 그 동안 이 배우는 알코올 중독 때문에 고생이 많았죠. 이 영화에 캐스팅 된 건 전에 같이 공연했던 존 웨인의 배려 때문이었다고. 그 뒤로도 결국 일이 안 풀렸고 결국 61년에 36살의 나이로 죽었습니다. 심장마비였어요.


감독: Budd Boetticher, 배우: Randolph Scott, Gail Russell, Lee Marvin, Walter Reed, John Larch, Don 'Red' Barry, Fred Graham, 다른 제목: 7인의 무법자

IMDb http://www.imdb.com/title/tt004974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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