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2011)

2011.09.23 09:13

DJUNA 조회 수:11156


[카운트다운]은 대실 해미트 스타일로 그린 [별주부전]입니다. 말장난이 아닙니다. 영화 중간에 진짜로 토끼와 거북이를 언급하는 장면이 있어요. 감독 역시 처음부터 인식하고 있었던 거죠. 처음부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수도 있고.


어떻게 그렇게 되냐고요? 주인공 채권추심원 태건호는 간암에 걸렸습니다. 유일한 희망은 간이식이에요. 그는 몇 년 전 죽은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다 걸린 게 숨쉬는 거 빼면 모든 게 거짓말인 사기꾼인 차하연. 출옥을 앞둔 차하연은 간이식을 약속하지만 그 말을 얼마나 믿어야 할까요.


[카운트다운]은 이런 식의 배배꼬인 하드보일드 이야기에 어울리는 수많은 재료들을 갖고 있습니다. 컬러풀한 캐릭터들과 관객들의 호기심을 끄는 이야기, 그리고 한국사회의 어두운 욕망을 먹고 사는 지하세계의 상세한 묘사 같은 것들 말이죠.


그 중 가장 재미있는 건 전도연이 연기한 차하연의 캐릭터입니다.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전도연식 팜므 파탈인데, 배우도 물이 오르고 캐릭터도 재미있어서 반짝반짝 하는 거죠. 이 사람이 거짓말하고 사기치는 걸 구경하면 그냥 신이 납니다.


기술적으로도 만족스럽고 영화적 아이디어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꽤 재미있는 카 체이스 장면이 있어요. 할리우드 영화처럼 속도로 경쟁하는 대신 재래시장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어 난장판 속에서 아기자기한 소동을 만들어내는 거죠. 차하연이 자신을 배신한 악당 조명석으로부터 돈을 받기 위해 백화점에서 벌이는 소동 역시 적절한 리듬감과 유머 때문에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단지 영화가 이 재료들을 제대로 굴렸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배우와 캐릭터를 봐도 그래요. 태건호를 연기한 정재영과 전도연은 모두 좋은 배우들이며 연기도 좋고 호흡도 잘 맞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함께 있으면서 상승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지는 않단 말이죠. 오히려 서로의 런닝타임을 조금씩 까먹고 있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범죄물과 부모의 정을 테마로 삼은 한국식 신파의 결합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그냥 범죄물로 갔다면 영화가 평범해졌겠죠. 이 결합은 영화 개성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이런 결합이 또다른 종류의 평범함을 낳는 것도 사실입니다. 차하연의 캐릭터만 해도 잘 나가다가 '모성'이 들어서자 기가 팍 죽어버려요. 뒤에 나오는 딸의 캐릭터도 꽤 살아있는 편이라 이 둘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야기와 주제 선택에 종종 의문이 들며, 후반부로 가면 종종 리듬과 속도를 잃지만, 그래도 [카운트다운]은 매체를 이해하는 사람이 만든 재미있고 잘 만든 영화입니다. 물론 주연배우들의 팬이라면 더 이상 만족스러울 수가 없을 거고. (11/09/23)


★★★


기타등등

미쓰에이의 민이 전도연의 딸로 나옵니다. 물론 열일곱 살에 낳았다고 하니 나이가 그렇게 안 맞는 건 아니죠.

 

감독: 허종호, 출연: 정재영, 전도연, 이경영, 오만석, 김동욱, 민, 정만식, 김광규, 다른 제목: Countdown


IMDb http://www.imdb.com/title/tt181466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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