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밀레니엄] 시리즈의 막판입니다. 머리에 총 맞고 죽은 줄 알았던 리스베트는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구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리스베트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비밀조직 섹션은 증인들을 제거하고 리스베트를 다시 병원에 감금시킬 음모를 꾸미고 있죠. 미카엘은 동생 아니카를 리스베트의 변호사로 붙여주고, 밀레니엄은 섹션과 한 판 붙을 준비를 합니다.

책을 읽을 때는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재미있지만, 정작 영화화할 때는 "이걸 어떻게 하나?"하며 머리를 쥐어 뜯을 법한 상황이 계속 이어집니다. 일단 이야기 정리는 어느 정도 됐습니다. 이것으로 2편의 딜레마는 간신히 해결이 되었죠.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이야기를 끝도 없이 논스톱으로 이어갈 필요는 없어진 겁니다.

하지만 3편은 새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주인공 리스베트는 영화 내내 병원에 감금되어 있어요. 소설 속에서는 이게 큰 문제가 아닙니다. 리스베트가 등장하지 않아도 여전히 이야기는 리스베트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아도 여전히 리스베트는 거의 모든 페이지 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 어색하죠. 미카엘이 주인공이라고 우기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이 사람은 리스베트에 종속되어 있지요.

이야기는 2편만큼 빽빽합니다. 여전히 소설은 할 말이 많고, 영화는 그것들을 될 수 있는 한 다 집어넣을 생각이거든요. 이후 소설들이 나와야 의미가 있을 쌍둥이 떡밥들은 지워졌지만 심지어 에리카에게 오는 협박메일 이야기까지 모양을 바꾸어 넣었더군요. 그래도 전편과는 달리 기승전결이 보이는 편입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악당들이 몽땅 정리되는 결말이니 시원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심각한 음악을 깔면서 끊임없이 강조하는 서스펜스가 진짜로 있는 편은 아니죠. 이 영화의 악당들은 좀 딱해요. 끔찍하고 잔인한 일들을 저지르긴 했지만, 풀 파워로 돌아가는 밀레니엄 일당과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적수는 되지 못해요. 게다가 이쪽은 도와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페이지 넘어갈 때마다 합류하는 사람들을 보면, 리스베트가 과연 반사회적인 은둔자이긴 한 건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그 때문에 결말은 일종의 묵은 쓰레기 청소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시원하긴 하죠. 그럴 수밖에 없어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2,3편은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제대로 된 모양으로 영화가 나올 수 있는지 몰라도, 기본 스토리만 남겨 놓고 완전히 새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 같아요. 지금은 주인공들이 영화에 그리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에 갇혀서 갑갑해 하는 것이 보이거든요. 어차피 소설의 디테일을 그대로 영화에 넣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줄거리는 큰 의미가 없죠.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를 충실하게 따라가는 게 아니라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니까. (12/04/02) 

★★★

기타등등
1. 확실히 스웨덴판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관계를 안 좋아해요. 소설과 영화의 결말을 보세요. 딱 반대거든요.

2. 이 시리즈는 국내 제목이 좀 왔다갔다하죠. 스웨덴판과 영어판의 제목이 모두 같은 건 2편인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뿐. 근데 1편에서는 스웨덴판 제목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쓰면서, 3편에서는 미국판 제목인 [벌집을 발로 찬 소녀]를 쓰고 있단 말이죠. 심지어 새로 나온 [밀레니엄] 책들도 그래요. 전 스웨덴판 제목을 의역한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도 좋았는데. 


감독: Daniel Alfredson, 출연: Noomi Rapace, Michael Nyqvist, Lena Endre, Annika Hallin, Anders Ahlbom, Micke Spreitz, Georgi Staykov, Mirja Turestedt,  다른 제목: The Girl Who Kicked the Hornet's Nest

IMDb http://www.imdb.com/title/tt134309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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