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The Resident (2011)

2012.12.24 15:45

DJUNA 조회 수:8937


응급실 의사인 줄리엣 데브로는 최근에 바람 피운 남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랑 놀아난 것만 해도 화가 나는데, 자기가 없는 동안 자기 침대에서 섹스까지 했다니 울화통이 터지죠. 줄리엣은 당장 집을 나와 새 아파트를 찾습니다. 다행히도 브루클린에 썩 좋은 아파트가 나와 있어요. 밤에는 지하철 때문에 좀 흔들리고 앞으로 수리공사 때문에 소음이 좀 있을 거라고 합니다만, 그래도 엄청 싸고 엄청 넓으며 경치도 좋습니다. 게다가 곰돌이 같은 집주인이 은근히 귀여워요. 나도 맞바람이나 피워볼까나.

수상쩍은 오프닝 크레딧과 "휴대전화가 잘 안 터진다"라는 으스스한 경고를 제외하면 [레지던트]의 초반 30분은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처럼 보입니다. 정말 이런 식으로 나가도 평범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럴 리가 없습니다. 줄리엣과 집주인 맥스가 첫 키스를 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영화는 휘리릭 뒤로 넘어가 지금까지의 이야기 전개가 몽땅 사이코 스릴러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주거든요. 

알고 봤더니 맥스는 변태 중의 변태. 정상적인 연애가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자기는 외로움의 함정에 빠졌다며 자학하고 있지만, 사실 그런 상황을 즐기고 있지요. 줄리엣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보고, 술에 약을 타서 마취시킨 다음에 애무하고, 꼼꼼하게 짜인 계획에 따라 줄리엣의 모든 움직임을 통제하는 것은 절망적인 상황의 발버둥이 아니라 그냥 쾌락을 얻기 위한 단순한 행동일 뿐입니다. 

작년에 소개한 하우메 발라게로의 [곤히 주무세요]와 비슷한 내용이지요. 사실 오늘 이 영화를 본 것도 두 영화의 유사성을 비교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과는 어떠냐. [레지던트]가 더 정상적이고 '건전한' 영화입니다. 일단 배우 캐스팅부터가 그래요. 힐러리 스웽크는 멋진 몸매를 가진 미인이지만 그렇게 관음증의 대상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고요. 당연히 발라게로의 영화가 가지고 있던 음란함은 덜합니다. 결말 역시 줄리엣의 액션에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고 있지요.

그러나 둘을 비교해보면 [곤히 주무세요]가 더 좋은 영화입니다. 더 음란하고 더 불쾌하지만, 더 재미있고 드라마와 서스펜스도 많으며 유머 감각도 풍부합니다. [레지던트]는 그냥 할리우드 사이코 스릴러의 공식을 따르느라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특히 맥스의 정체가 밝혀진 뒤부터는 이야기가 그냥 관습으로 흐르죠. 가끔 "도대체 왜 저 아파트에 혼자 들어가고, 왜 경찰에 연락하지 않는 거야!"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갑갑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요. 심각하게 나쁜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무난하고 안이한 영화입니다.  

심지어 크리스토퍼 리도 나오는 해머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해머 특유의 무언가를 찾는 건 무의미한 일. 해머 호러의 제2의 전성기는 언제나 오려나요.  (12/12/24) 

★★

기타등등
니나 비지터가 부동산 중계업자로 잠시 나오더군요. 못 알아봤습니다.  

감독: Antti Jokinen, 배우: Hilary Swank, Jeffrey Dean Morgan, Lee Pace, Christopher Lee, Aunjanue Ellis, Nana Visitor

IMDb http://www.imdb.com/title/tt133410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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