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7 00:44
[사이코메트리]는 [평행이론]의 권호영의 신작입니다. 연달아 이런 소재의 영화 두 편을 연속으로
냈으니 그의 뚝심은 인정해줄 수밖에 없군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인정할 수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초능력으로 살인범 잡는 이야기입니다. 강력계 형사 양춘동은
우연히 마주친 그래피티 아티스트 김준이 어린이 유괴살인사건 현장을 정확하게 그린 것을
보고 그를 범인으로 의심합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나 물건을 만져 그 과거를 읽을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의 소유자였죠. 같은 범인이 또다른 소녀를 유괴하자 양춘동은
김준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나쁜 건 시간배분과 우선순위의 배치입니다. 어린 소녀가 납치되었다면,
영화에서 가장 우선 순위로 두어야 할 것은 범인을 잡고 유괴된 소녀를
구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걸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양춘동이
김준의 능력을 알아차리는 건 러닝타임 절반을 넘겨서. 그리고 이들이 손을 잡고 수사를
시작하는 건 영화가 끝나기 30분 전부터입니다. 그렇다고 그 30분 동안 범인잡기에 매진하는
것도 아닙니다. 두 주인공의 괜한 자학, 위로, 관계맺기, 밀당 때문에 15분은 날아가요.
양춘동과 김준은 최악의 주인공들입니다. 양춘동은 일단 바보입니다. 열의만 있지 형사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은 전혀 없어요. 최소한의 자기 보호도 못하는 수준이라 아직까지 살아있는
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김준도 바보인데, 이 친구는 심지어 구제불능 중2병 환자이기까지
합니다. 아이가 살인범에게 감금되어 언제 살해당할지 모르는데, 주저 앉아
"이건 내 탓이 아니야, 날 좀 내버려 둬, 왜 약속을 안 지켰어..."라며 징징거리는 걸
보고 있으면 정나미가 뚝 떨어집니다. 따귀라도 몇 대 갈겨서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은데,
아, 그는 스크린 너머에 있군요.
사실 각본도 주인공들만큼이나 바보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는 김준의 초능력 없이도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단서를 중간에 흘립니다. 그것에만 집중해도 30분 일찍
범인을 잡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 합니다. 그러면서
김준이 준 단서를 최악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엉뚱한 자리를 빙빙 돌고 있지요. 이런
게 끝도 없이 나옵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설정으로는 주정뱅이 아버지의 소주 심부름을
하는 어린 소녀의 설정 같은 것들이 있겠군요. 70년대라면 모를까.
이 영화에서 가장 기분이 나빴던 것은 초중반에 난무했던 과도한 코미디입니다. 이
장르에 코미디를 섞지 말라는 법은 없죠. 하지만 그래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잖습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린이 유괴살인사건 이야기를 하면서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13/02/27)
★☆
기타등등
이솜이 잠시 나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납치되는 소녀 다희를 연기한 배우는
김유빈입니다.
감독: 권호영, 배우: 김강우, 김범, 이솜, 박성웅,
다른 제목: The Gifted Hands, Psychometry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Psycho-metry.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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