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17)

2017.06.10 02:00

DJUNA 조회 수:6419


[하루]를 봤습니다. 새 김명민 스릴러인데, 이번에는 타임 루프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입니다.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성자 취급을 받는 저명한 의사인 (뉴스위크 표지 모델이라 비행기 승무원이 사인해달라고 요청하는 장면부터 시작해요) 준영은 공항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합니다. 쌓아놓은 보도 블록 더미와 충돌해있는 택시 안에는 승객이 죽어있고 운전사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긴급조치를 하고 구급요원에게 환자를 인도하고 빠져나온 그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바로 그 택시에 딸 은정이 치어 죽었던 거죠. 그 순간 그는 갑자기 2시간 전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돌아온 그는 계속 딸의 죽음을 막으려 노력하지만 실패를 거듭합니다.

감독도 타임루프의 소재가 진부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두 가지 새로운 것을 넣었어요. 하나는 이런 식으로 시간을 반복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있다는 것입니다. 준영이 처음 만나는 건 현장의 구급요원 민철이죠. 같은 일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 장르의 가장 큰 문제점인 반복의 단조로움이 줄어들고 드라마에 새로운 변수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익숙한 게임에 묵직한 주제를 넣는 것이죠. 이 경우는 종교적, 그것도 기독교적입니다. 준영과 민철은 모두 과거에 저지른 죄에 묶여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의도는 좋은데, 그래도 문제는 남습니다. 일단 여전히 이상하고 문제가 많은 게임이에요. 상황을 보세요. 같은 승객을 태운 택시가 지나가던 같은 여자아이를 차로 칩니다. 아무리 음침한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고 해도 이건 반복되기 쉬운 상황이 아니죠. 승객은 모르겠지만 여자아이는 잠시 전화로 몇 분 잡아두기만 해도 됩니다. 몇 초만 지나도 택시는 그 아이를 칠 수 없는 위치에 와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준영은 계속 실패를 합니다. 그 이유를 영화는 끝까지 설명하지 못하죠. 준영이 언어 소통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멍청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한데 말이죠. 이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믿을 수 없는 설정으로 시작되는 영화라는 것만으론 정당화할 수 없어요. 그런 영화일수록 논리를 꼼꼼하게 따져야죠.

다른 문제는 영화의 종교적 특성입니다. 일단 개인적인 취향을 말씀드린다면 전 초자연적인 현상을 겪고 교훈을 받는 이야기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아요. 19세기, 아니, 20세기까지는 먹힐 법한 이야기지만 요새도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니, 왜 그들만 그렇게 대단해서 신의 특별대접을 받는 건데요? 영화의 스토리가 불안정한 것도 이 초자연적 교훈에 지나치게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자체가 평범한 몇몇 남자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이상하게 돌아가니까요. 그건 캐릭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에는 동정의 대상이 되는 다른 캐릭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관객들은 그의 고통에 공감하고 동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저지르는 일을 보면 그는 심각하게 위험한 인물입니다. 그 정도면 소통도 불가능하다고 봐야 해요. 이런 사람을 종교적 분위기의 판타지 멜로드라마의 일부로 얼렁뚱땅 넘기려고 한다면 영화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말고도 문제는 많습니다. 영화를 십 분 정도 보면 앞으로의 기대가 많이 사라지는데, 등장인물을 만들고 소개하고 대사를 주는 방식이 무척 거칠고 매력이 없기 때문이죠. 특히 아이들의 묘사는요. 민철이 등장한 뒤로는 반복의 지루함이 조금 사라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몇몇 클리셰가 너무나도 태평스럽게 등장해서 질렸는데, 그 중 하나는 '임신한 아내' 설정이죠. 왜 한국영화 남자 주인공들은 죽은 아내가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절규하는 걸 그렇게 좋아한답니까? (17/06/10)

★★

기타등등
김명민이 왜 이렇게 비슷비슷하고 성과도 뻔한 영화들에 계속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건가요?


감독: 조선호, 배우: 김명민, 변요한, 조은형, 신혜선, 유재명, 임지규, 다른 제목: A Day

IMDb http://www.imdb.com/title/tt689037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2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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