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워터스 Dark Waters (2019)

2020.03.16 19:48

DJUNA 조회 수:3811


'왜 이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들지?'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 있는데, [다크 워터스]도 이 중 하나입니다. 토드 헤인즈는 법정물 장르하면 딱 떠오르는 이름이 아니죠. 보다 개인적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고 그 안에서 개성도 분명하고요. 하지만 영화를 만들다보면 자신이 개성보다 더 중요한 게 있기도 하지요. [다크 워터스]의 경우는 마크 러팔로가 헤인즈에게 가져온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헤인즈보다 이 영화에 더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이름이기도 하지요.

여러분도 다들 조금씩은 알고 있는 이야기에 기반을 둔 영화입니다. 테플론 코팅한 프라이팬을 고열로 가열하면 위험하다는 이야기요. 듀폰사에서는 테플론을 만들 때 쓰는 물질인 PFOA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계속 사용했고 유독물질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버렸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병을 앓고 죽어나갔지요. 영화의 주인공은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변호사 로버트 빌럿으로 20년 동안 듀폰과 맞서 싸워 결국 이긴 사람입니다. 전형적인 미국 법정물 주인공이지요.

굉장히 심각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지만 어쩔 수 없는 장르물입니다. 장르를 만들어내는 직업들이 있잖아요. 변호사도 그렇고 기자도 그렇습니다. [다크 워터스]를 보다보면 익숙한 법정물의 틀 안에서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보게 돼요. 그리고 헤인즈는 이 장르를 아주 선동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실제로 존재하는 기업을 이렇게 본격적으로 까는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주 본격적인 반 듀폰 영화입니다. 영화가 개봉되고 실제로 듀폰의 주가가 엄청나게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보면 이해가 됩니다. 정말 끔찍한 사람들이에요. 그러나 이 끔찍한 사람들이 몇십년 동안 끔찍한 일을 저지른 건 그들을 용납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지요. 정말 절망스러운 상황인데, 그래도 실존 인물인 주인공이 정의의 사도로 나오는 영화가 나올 정도면 현실세계에서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답이 나온 것이지요. 완벽한 해결책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헤인즈의 최고 걸작은 될 수 없는 영화입니다. 헤인즈 자신도 그걸 의도하지는 않은 거 같고. 영화 자체의 예술적 성취보다 실제 사건과 그 실제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던 현대 미국 사회에 대한 경고가 더 중요하지요. 그리고 이런 실화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관객들은 극장을 떠난 뒤에 직접 정보를 찾아야 합니다. [다크 워터스]와 같은 영화들은 필요한 모든 정보를 주는 교과서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해주는 안내판과 같으니까요. (20/03/16)

★★★

기타등등
같은 소재를 다룬 [The Devil We Know]라는 2018년작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국내 넷플릭스에서는 검색이 안 되는군요.


감독: Todd Haynes, 배우: Mark Ruffalo, Anne Hathaway, Tim Robbins, Bill Camp, Victor Garber, Mare Winningham, Bill Pullman

IMDb https://www.imdb.com/title/tt907132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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