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일레의 여름 Sangailės Vasara (2015)

2015.10.11 20:51

DJUNA 조회 수:3739


상가일레는 주인공 이름입니다. 이 리투아니아 이름의 의미는 'strength'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건 자신도 인정하듯 지금 상가일레에게 가장 부족한 것입니다. 이 친구는 고민 많은 10대예요. 1년 뒤면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하는데 졸업한 뒤 무엇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부모와도 사이가 좋지 않아 신경이 바짝 돋아 있는 상황입니다. 다들 이해하실 거예요.

영화가 시작되면 상가일레는 부모와 함께 시골 별장에 와 있습니다. 그곳에서 패션 포토그래퍼를 꿈꾸는 동네 소녀 아우스테와 사랑에 빠져요. 둘은 데이트도 하고 섹스도 합니다. 아우스테는 상가일레를 모델로 사진도 찍고요.

알란테 카바이테의 [상가일레의 여름]은 이 둘의 관계가 동성애라는 사실을 이슈화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굳이 따로 다루지 않아도 되는 일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관계의 질감이죠. 영화는 작정하고 탐미적이지만 그만큼이나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조금 자학적/가학적이기도 합니다. 신경이 바짝 돋아 있는 십대 소녀가 그 내면을 그대로 로맨스와 섹스에 투영하고 있는 거죠. 그렇다고 둘의 관계가 극단으로 흐르지는 않는데, 그건 아우스테가 그런 걸 다 받아줄 정도로 정말 성격 좋은 애이기 때문이죠. 운이 좋아요, 상가일레는.

영화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다루고 있는 건 비행입니다. 상가일레는 사실 비행기광입니다. 하지만 고소공포증 환자이기도 해요. 만날 풀밭에 앉아 마을 훈련장인가에서 작은 비행기들이 날아오르는 걸 구경하지만 차마 탈 생각은 못하죠. 영화는 로맨스와 함께 고소공포증의 극복을 함께 연결해서 다룹니다. 그 방향은 쉽게 예측할 수 있지만 그래도 참 예쁘게 꾸몄고 이야기는 호소력이 강한 보편성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두려워서 날지 못하는'이라는 친숙한 표현을 이처럼 직설적으로 다룬 작품은 의외로 적잖아요. 무엇보다 배우들이 참 예쁘고. 같이 있으면 잘 어울리기도 하고. (15/10/11)

★★★

기타등등
영화 보면서 '그렇게 고소공포증이 심하다면 그냥 설계 분야로 가면 되잖아'란 생각을 멈출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그렇게 비행기광이라면 RC 비행기를 한 대 이상 별장으로 가져오지 않았을까요? 그냥 비행기 그림책만 보고 있었을 거란 생각은 안 듭니다.


감독: Alanté Kavaïté, 배우: Aiste Dirziute, Julija Steponaityte, Nele Savicenko, Salkauskaite Inga, Laurynas Jurgelis, Jurate Sodyte, 다른 제목: Sangaile, The Summer of Sangaile

IMDb http://www.imdb.com/title/tt299483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4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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