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Guzaarish (2010)

2011.10.21 17:27

DJUNA 조회 수:8410


[청원]의 주인공 이튼 마스카레나스는 천재 마술사였지만 무대 사고 이후 14년간 사지마비 환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동료 사지마비 환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책을 한 권 썼고 인기 DJ로 활동 중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이런 삶을 앞으로도 계속 견뎌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는 거죠. 결국 그는 안락사 청원을 내고 그의 이런 선택은 인도를 뒤흔드는 스캔들로 번집니다.


산자이 릴라 반살리는 [청원]에서 멜로드라마를 돌리기 위해 극단적인 장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전작인 [블랙]에서도 그랬다고 들었어요. 하긴 신체적 장애만큼 스크린 위에서 잘 보이는 핸디캡은 많지 않지요. 멜로드라마의 힘은 당연히 세어지고, 배우들에게도 자신의 연기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줍니다. 이렇게 쓸만하다면 감독이 이 영역으로 돌아오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죠.


영화는 볼리우드 뮤지컬과 일반 영화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블랙]도 그랬다고 들었는데요?) 여전히 영화의 각본은 볼리우드식이고 뮤지컬 넘버도 있는데, 노골적인 인도영화의 스타일을 슬쩍 죽이고 있어요. 러닝타임도 비교적 짧은 편이고, 뮤지컬 장면들도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니라 소위 '사실주의 뮤지컬'의 핑계를 갖고 드라마에 섞여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엄격한 간호사로 나오는 아이쉬와리아 라이가 갑자기 술집 무대에 뛰어 올라 춤추고 노래하는 풍경이 그럴싸해 보이는 건 아닙니다만.


전 보면서 이게 자꾸 불만이었습니다. 볼리우드 뮤지컬 멜로드라마는 이미 완성된 장르죠. 이야기가 아무리 단순하고 유치해보여도 그것들이 이 장르 안에 들어가면 완벽하게 말이 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반쯤 서구 영화식으로 변형된 [청원]에서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이 그냥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보는 내내 변호사나 의사라는 사람들이 저렇게 단순하게 말을 하거나 행동할 리 없고, 일이 저렇게 뻔하게 풀리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죠. 중간에 폭로되는 사고의 진상은 좀 심하고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이야기가 보다 정통적인 인도 영화 스타일 안에서 그려졌다면 아무도 신경을 안 썼을 겁니다. 그냥 그런 세계려니, 하고 받아들였겠죠. 하지만 여기선 신경을 쓰게 돼요.


사지마비 장애라는 소재가 얼마나 제대로 쓰였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캐스팅의 긴장감은 있습니다. 댄서로 유명한 리틱 로샨을 사지마비 환자의 육체에 묶어놓으면 배우들의 팬들은 당연히 그 갑갑함을 극적으로 인식하게 되지요. 하지만 거의 록스타처럼 화려하고 과시적인 스타일로 펼쳐진 그의 연기는 캐릭터의 외면에는 맞아도 고통의 깊이를 섬세하게 전달하는 데에는 방해가 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드라마 대부분이 다 그런 구석이 있습니다.


[청원]은 '좋은 인도 영화'의 질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일단 배우에서부터 세트, 고아의 로케이션까지 모두 아름답죠. 투박해 보이지만 적절한 페이스로 흐르는 스토리 텔링의 능숙함도 무시할 수 없고요. 하지만 이것들이 과연 맞는 그릇에 담겨 있는 있는 건지 확신이 안 선단 말이에요. (11/10/21)


★★☆


기타등등

들어보니 출판되지 않은 소설과 내용이 비슷하다고 표절 논란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 소설과 얼마나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설정을 다룬 작품으로 이미 [시 인사이드]가 있지 않나요.

 

감독: Sanjay Leela Bhansali, 출연: Hrithik Roshan, Aishwarya Rai, Shernaz Patel, Aditya Roy Kapoor, Nafisa Ali, Monikangana Dutta, Suhel Seth, Rajit Kapoor, Ash Chandler, 다른 제목: The Petition


IMDb http://www.imdb.com/title/tt143829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0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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