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브덕션 Abduction (2011)

2011.09.23 09:45

DJUNA 조회 수:13100


존 싱글턴의 [어브덕션]은 십대소년들을 위한 판타지 영화입니다. 물론 초반에 악당들에게 엄마 아빠를 잃으니, 아주 즐겁기만 한 판타지는 아니죠. 그래도 여전히 판타지는 판타지입니다. 가끔 이상한 꿈을 꾸고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걸 제외하면 평범한 중산층 청소년인 줄 알았던 주인공의 정체는 전설적인 스파이의 아들. CIA와 국제적인 범죄자 일당이 모두 그를 노리고, 예쁜 여자친구랑 손 꼭잡고 달아나는 동안 스파이의 재능이 폴폴 솟아오르고... 어렸을 때 이런 꿈 꾸는 사람들 많을 겁니다.


이치에 맞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닙니다. 여기서 맥거핀으로 사용되는 암호문만 해도 그렇죠. 주인공 네이슨은 그 암호문을 그렇게 애지중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암호문의 가치는 쌍방적이 아니니까요. 그냥 인터넷으로 공개해도 그에겐 아무런 손해가 없죠.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다보면 그의 가치가 심하게 과대평가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뭐야, 얜 스파이계의 해리 포터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의 공식은 히치콕이 이전에 닦아놓은 길을 따릅니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당연히 충실하게 모방되고요. 단지 이 모든 것이 현대 미국 십대 소년소녀들의 수준에 맞추어 다운그레이드 되어 있습니다. 액션과 로맨스는 모두 우직하기 짝이 없으며 첩보물의 지능대결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 그리고 악당이 약합니다. [콜롬비아나]처럼 한심한 수준은 아니지만, 도저히 두려워할 수가 없더군요.


영화가 얼굴마담으로 내놓고 있는 건 당연히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화끈하게 뜬 테일러 로트너입니다. 여전히 그는 웃통을 벗어던지고 가끔 꽤 그럴싸한 액션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연기는 못해요. 종종 그의 가슴근육이 얼굴보다 더 표정이 있어보일 정도. 여전히 열심히 하는 것으로 커버를 하긴 하지만 이게 언제까지 갈지. 


벌써 속편을 계획하는 모양이더군요. 뭐, 그럴 수도 있겠죠. 로트너도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를 준비해야 하고, 이 영화도 그렇게 재미없지는 않습니다. 단지 평범하고 한없이 무난할 뿐이죠. (11/09/23)


★★☆


기타등등

1. 영화 초반에 테일러 로트너가 차 위에서 하는 짓을 따라하다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바보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2. 마리아 벨로와 제이슨 아이작스가 테일러 로트너의 친부모 행세를 하는데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설정은 납득하기 조금 어렵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로트너의 미국 원주민 혈통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려 하는 것 같지만...

 

감독: John Singleton, 출연: Taylor Lautner, Lily Collins, Sigourney Weaver, Jason Isaacs, Maria Bello, Alfred Molina, Michael Nyqvist


IMDb http://www.imdb.com/title/tt160019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7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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