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즈 아킴보 Guns Akimbo (2019)

2020.04.15 21:31

DJUNA 조회 수:2105


오래간만에 극장에 갔어요. 오늘 본 영화는 제인스 레이 하우든의 [건즈 아킴보]. 제목은 비디오 게임의 쌍권총 스킬을 뜻한다는데, 전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비디오 게임 중계 같은 영화입니다. 이건 말 그대로의 의미예요. 영화의 소재는 스키즘이라는 살인 게임인데, 말 그대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싸우고 그것을 드론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합니다. 비디오 게임 중계와 비슷한데, 그 게임을 하는 건 진짜 사람들이고 이들 중 한 명은 진짜로 죽는 거죠. 어떻게 문명 세계에서 이런 게 용납될 수 있느냐. 글쎄요. 전 지금 영화 바깥 세계도 좀 아슬아슬한 거 같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마일즈는 게임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찌질남입니다. 그나마 취미가 있다면 인터넷에서 험악한 댓글을 다는 정도. 어쩌다 스키즘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댓글을 단 마일즈는 스키즘 일당들에게 잡혀 양손에 권총이 박히는 신세가 됩니다. 여기서 풀려나려면 지금 스키즘 게임에서 1위를 하고 있는 닉스를 죽여야 합니다.

영화의 액션 대부분은 비디오 게임의 실사화입니다. 전 이게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마일즈의 손에 쌍권총이 박히는 순간까지는 재미있는 근미래 SF 드라마이고 이는 유용한 풍자적 의미도 지닙니다. 겁에 질린 마일즈가 닉스와 스키즘 일당에게 쫓기는 단계도 나쁘지 않은 코미디고요. 하지만 액션이 본격화되면 영화가 휘두르는 비디오 게임의 어휘는 좀 식상해집니다. 늘 말하잖아요. 비디오 게임이 영화로 옮겨지려면 여분의 무언가가 추가되어야 한다고요. 직접 경험이라는 덩어리가 빠져 빈 구멍이 생기니까요. [건즈 아킴보]에도 그 구멍들이 남아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찌질남의 성장기입니다. 전에 본 [리틀 몬스터]도 그랬지요. 생각해보니 주인공 설정도 그렇군요. 답 없는 찌질남과 쿨한 여자 상대. 이 영화에서 진짜 액션 대부분을 하는 건 사마라 위빙이 연기하는 닉스지요. 하지만 찌질남 성장기이기 때문에 [리틀 몬스터]에서 그랬던 것처럼 주인공의 자리는 대니얼 래드클리프의 마일즈가 차지합니다.

풍자물이고 현대 인터넷 미디어의 천박한 폭력성과 야만성 대한 영화의 비판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그 자체를 지나치게 즐기고 있고 이를 아무런 주저없이 주인공의 소망성취 판타지에 반영하고 있어서 그게 그렇게까지 진실되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20/04/14)

★★☆

기타등등
뉴질랜드와 독일 합작 영화이고 양쪽 나라에서 모두 찍었습니다.


감독: Jason Lei Howden, 배우: Daniel Radcliffe, Samara Weaving, Rhys Darby, Ned Dennehy, Natasha Liu Bordizzo, Mark Rowley, Grant Bowler, Hanako Footman

IMDb https://www.imdb.com/title/tt690267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8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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