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 브라더스 The Blues Brothers (1980)

2020.06.20 23:34

DJUNA 조회 수:2685


한동안 SNL 영화라는 것들이 있었어요. SNL에 나오는 스케치의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장편영화요. 존 랜디스의 1980년작 [블루스 브라더스]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시리즈로 이어질 때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렸어요. 1992년에 나온 [웨인즈 월드]가 두 번째 작품이었지요. 이 작품 역시 예상치 못한 성공작이었고 속편이 한 편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나은 영화들은 대부분 평이 좋지 못했고 상업적 성과도 별로였습니다. 이 별로인 영화 중엔 [블루스 브라더스]의 속편인 [블루스 브라더스 2000]도 포함되어 있는데... 지금은 잠시 1990년대 비디오 가게 구석을 장식했던 미국스러운 유행처럼 보이지요.

블루스 브라더스는 존 벨루시와 댄 애크로이드가 만든 리바이벌리스트 밴드예요. 1978년의 SNL 뮤직 스케치로 데뷔했지요. 진짜 공연을 했고 진짜 앨범을 낸 진짜 밴드였어요. 하지만 이들이 연기한 엘우드와 졸리엣은 허구의 캐릭터였고 애크로이드와 파트너인 론 그윈은 이들의 과거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냈습니다. 고아원에서 자랐고 커티스라는 청소부로부터 블루스를 배웠고... 이 이야기는 댄 애크로이드가 쓴 각본으로 이어졌는데, 각본 경험이 없었던 건 애크로이드가 쓴 건 거의 소설이었고 감독인 존 랜디스가 이를 정상적인 각본으로 편집했대요.

영화가 시작되면 감옥에 있던 엘우드는 모범수로 출소합니다. 동생 졸리엣과 함께 고향인 고아원을 찾은 엘우드는 이곳이 세금 미납으로 애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들은 밴드 공연으로 밀린 세금을 갚기 위해 흩어진 밴드 멤버들을 모아요. 그리고 클라이맥스에 공연이 있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중요하지는 않아요. 이 모든 것은 형제들을 일련의 소동에 밀어넣고 그 사이사이에 뮤지컬을 넣기 위한 핑계입니다. 다른 동기와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거고 영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영화를 보다보면 형제가 '고아원을 구하자'라는 동기를 까맣게 잊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은 게 고아원을 잊은 건 관객들도 마찬가지였을 테니까요.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은 7,80년대 미국 코미디에서만 가능했던 난폭하고 무례하며 무정부주의적인 코미디입니다. 단지 아직 영화는 1970년대에 다리를 걸치고 있어서 80년대 코미디의 천박함은 조금 덜 한 편입니다. 덜 하다는 건 없다는 건 아니란 말이죠. 그래도 지금 보았을 때는 권위주의와 시스템에 대한 반항의 의미가 더 큰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대표하는 건 바로 경찰이지요. 시카고 시내에서 수십 대의 경찰차가 낡은 경찰차를 탄 형제를 추적하는 [로드러너쇼] 스타일의 시퀀스들 때문에 영화는 의외로 블록버스터 대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 그리고 나치도 있군요. '일리노이 나치'들을 놀려대는 이 장면들은 최근에 SNS에 자주 불려오고 있습니다. 2020년 트럼프 정권 미국에선 '일리노이 나치'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니까요. 댄 애크로이드도 예언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 텐데.

그래도 이 영화는 여전히 뮤지컬입니다. 그리고 뮤지컬로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존 벨루시와 댄 애크로이드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지만 일단 게스트가 엄청나죠. 제임스 브라운, 아레스 프랭클린, 레이 찰스 등등. 그냥 유명한 사람들을 불러와 자리를 준 게 아니라 음악적 레퍼런스가 영화의 스타일과 내용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7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는 시대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가장 밀도 높은 할리우드 뮤지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 [블루스 브라더스]는 컬트 영화입니다. 컬트 영화라는 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맺어진 영화와 관객들이 함께 만들어낸 스토리 안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굳이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스토리를 무시하고 봐도 음악과 액션과 코미디는 여전히 훌륭하고 이 영화가 가볍고 무례하게 건드린 이슈 상당수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니까요. 그래도 문화적 맥락 안에서 스토리를 이해한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어쩔 수 없이 70년대 미국백인남자스러운 영화이니 우리가 거기에 꼭 동조할 필요는 없지만요. (20/06/20)

★★★☆

기타등등
1980년 6월 20일에 개봉된 영화예요. 오늘로 40주년이 되었습니다.


감독: John Landis, 배우: John Belushi, Dan Aykroyd, James Brown, Cab Calloway, Ray Charles, Carrie Fisher, Aretha Franklin, Henry Gibs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80455/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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