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Mama (2013)

2013.01.16 23:29

DJUNA 조회 수:15170


안드레스 무치에티의 [마마]는 제가 몇 주 전에 소개한 적 있는 무치에티의 단편 [마마]의 장편 버전입니다. 이 계획은 말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안 됩니다. 단편은 아무런 정보 없이 관객들의 액션 한가운데에 집어던져놓고 클라이막스의 순간에 끊어버립니다. 당연히 이 전후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있을 것이고,  감독이나 작가도 그 빈 자리를 채우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마]라는 단편의 매력 자체가 그 정보의  결여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시 말해 이 작업은 시작부터 사족인 것입니다.

그래도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제작을 맡아줄 테니 장편 버전을 찍으라는데, 여러분 같으면 거절하시겠습니까?

안드레스 무치에티와 (원작에서도 각본가/제작자 참여했던) 누나 바르바라 무치에티가 함께 낸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가 폭락으로 정신이 나간 아빠가 동업자와 별거 중이던 아내를 총으로 쏴 죽이고 두 딸인 빅토리아와 릴리를 납치합니다. 5년 뒤, 아빠의 동생인 화가 루카스는 버려진 오두막에서 살고 있는 두 조카를 발견합니다. 조카들이 그 환경 속에서 어떻게 그리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는 미스터리. 루카스와 여자친구인 애너벨은 심리학자인 드레이퓨스가 연구용으로 제공한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은 보통 사람들이 못 보는 무언가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아이들을 그 동안 보살펴주었던 '마마'라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원작 단편과는 많이 다른 영화입니다. 중간에 원작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오긴 해요. 하지만 아이들 두 명이 있고 '마마'라는 존재가 있는 걸 제외하면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원작의 양쪽에 살을 입히는 식으로 만들어진 각본이 아니에요. 하긴 그랬다면 오히려 원작의 맛을 망쳐버렸을 것이고, 또 제대로 이야기를 만들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같은 소재를 이용해 새 이야기를 쓰는 게 낫죠.

원작과는 달리 장편 버전은 설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누가 마마이고, 마마의 사연은 무엇이며, 마마와 아이의 관계는 뭔가. 약간의 빈틈도 남겨두지 않아요. 그 때문에 종종 호러 파트가 들어가 있는 추리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관객들의 상상력을 활짝 열어놓는 원작과는 전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보면 좀 갑갑하기도 합니다. 후반부는 끈적거리는 사연들이 연달아 이어지는 멜로드라마이고요. 소위 '모성' 소재의 호러 이야기가 일반적으로 흐르는 방향을 생각해보시면 되겠습니다.

꼼꼼한 호러 영화 아이디어들이 많은 영화입니다. 이것들이 곧장 호러 효과로 이어지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취향 문제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무치에티 남매는 자기네들에게 주어진 재료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들 상당수는 재미있습니다. 마마가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반 이후에는 이 캐릭터의 사용법도 많이 다르니까요. 원작에서 기대했던 종류의 영화는 아니지만, 독립된 호러 신작이라 생각하고 보면 꽤 실속이 있는 영화입니다. 아역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고 예뻐서 몰입도 잘 되고요. 전 여전히 원작이 더 좋긴 합니다만. (13/01/16)

★★★

기타등등
원작과 이번 장편은 자매 이름이 반대죠. 원작에서는 안경을 쓴 아이가 릴리입니다. 

감독: Andrés Muschietti, 배우: Jessica Chastain, Megan Charpentier, Isabelle Nélisse, Nikolaj Coster-Waldau, Daniel Kash, Javier Botet, Jane Moffat, Morgan McGarry

IMDb http://www.imdb.com/title/tt202358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8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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