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깔았어요. 지금은 [제시카 존스]를 주로 챙겨보고 있는데, 그래도 다른 게 있나 둘러보다가 키즈 섹션에서 [크리스마스 스토리]를 발견했습니다. 이 영화를 한국어 자막으로 보니 신기하더군요. 저에겐 구닥다리 미제 VHS에 속해있는 영화라.

제목 그대로 크리스마스 이야기예요. 수많은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그렇듯 회고적인 이야기고요. 당연하지 않겠어요. 크리스마스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시기는 아직 산타 클로스가 의미있는 존재이고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어린 시절이고, 그 시절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건 어른들이니까요. 당연히 과거로 가게 되지요. 단지 이 영화의 시대배경은 1940년이고 영화각본에 소스를 제공한 진 셰퍼드의 자서전적인 글들은 1960년대에 나왔고 영화는 83년에 나왔으니, 지금 와서 보면 영화의 과거는 보다 복잡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하여간 어떻게 보더라도 향수가 개입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예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BB건을 갖고 싶어하는 랠피라는 소년이 주인공입니다. 소년은 그 장난감을 갖기 위해 무슨 짓이건 할 생각이지만 주변 어른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런 걸 갖고 놀면 사고로 눈을 다치게 될 거라고 대답하죠. 영화는 그 이외에 여러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상품으로 받은 야한 전등과 관련된 소동, 우연히 부모 앞에서 F로 시작되는 최악의 욕을 했다가 받은 벌, 학교 깡패와 맞붙은 일... 그 나이 또래 아이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모험이고 어른이 되어서는 미소지으며 회상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이죠.

이 영화의 매력은 에피소드의 독창성이 아니라 그 디테일과 정확성에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에 목을 맸던 기억은 다들 갖고 있죠.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적절한 향수를 섞어서 거의 완벽한 신화화에 도달한 작품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당시를 직접 겪었던 사람들은 무릎을 치며 동의할 수밖에 없고, 겪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자신만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빈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그런 영화인 것입니다.

주연배우 피터 빌링슬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군요. 빌링슬리는 아마도 영화 사상 가장 훌륭한 아역배우는 아닐 거예요. 하지만 가장 완벽하게 캐스팅된 아역배우이긴 할 겁니다. 이 배우의 순진무구하면서도 동시에 완벽하게 음흉한 연기를 보면서 무장해제되지 않은 관객들이 얼마나 되려나요. (16/01/09)

★★★☆

기타등등
원작자인 진 셰퍼드가 내레이션을 직접 맡았습니다.


감독: Bob Clark, 배우: Melinda Dillon, Darren McGavin, Peter Billingsley, Scott Schwartz, Jean Shepherd, Ian Petrella, Tedde Moore, R.D. Robb

IMDb http://www.imdb.com/title/tt008533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28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