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엑소시즘]의 속편을 만든다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이 있을까요. 일단 전편의 제목이 [라스트 엑소시즘]이잖습니까. 마지막 엑소시즘이 이미 끝났는데, 또 엑소시즘이 있을 거라고요? 게다가 파운드 푸티지 영화였던 본편을 어떻게 이을 거지요?

속편을 만든 사람들도 고민을 했습니다. 일단 이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라스트 엑소시즘: 잠들지 않는 영혼]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이 영화의 제목을 [The Last Exorcism Part II]라고 지었어요. 속편이 아니라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의 두 번째 파트인 겁니다. 그리고 파운드 푸티지 장치를 포기하고 일반 극영화로 갔지요. 물론 그런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은 했지요.

영화는 1편의 요약으로 시작합니다. 요약 끝에 지금까지 1편을 찍었던 카메라가 떨어지면서 모큐멘터리에서 픽션의 세계로 넘어가지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었고 오로지 넬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넬은 뉴 올리언즈에 있는 청소년 보호소로 이송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데, 간신히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된 넬에게 수상쩍은 그림자들이 따라옵니다. 다시 한 번 엑소시즘을 시작할 때가 온 것이죠. 하지만 여기는 뉴 올리언즈. 엑소시즘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이 아닙니다.

전 이 영화의 도입부가 괜찮았습니다. 일단 넬을 연기한 애슐리 벨의 연기가 좋았어요.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벨의 연기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좋았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좋은 부분이죠. 보호소의 소장은 이성적인 사람 같았고, 넬은 기독교 광신도들이나 악마주의 광신도를 떠나 정상적인 삶을 살 기회를 잡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정말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이 영화는 호러니까요.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식으로 끝나는 다른 영화를 상상하게 되더군요.

이후로도 시선을 끄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는 누군가가 1편에 해당되는 동영상을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렸다고 주장합니다. 여전히 해결된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편집되어 자막까지 달린 1편의 정체가 대충이나마 설명되긴 하는군요. 엑소시즘이 기독교 밖의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요.

하지만 이후 스토리는 몽유병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나른하기만 합니다. 맥없이 호러 효과를 하나씩 던지면서 호러 영화 자격을 유지하려는데, 대부분 아이디어가 빈약하고 진부하며 대충입니다. 그리고 애슐리 벨이 아무리 노력해도 영화는 넬에게서 충분한 드라마를 뽑아내지 못 해요. 전편의 마커스 목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상당히 가능성 있는 캐릭터인데 활용을 못 하는 겁니다. 1편의 동영상이 그대로 떴으니 여기서 뭔가 이야기를 끌어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것도 안 하고요.

결국 굳이 만들 필요가 없었던 영화인 겁니다. 1편으로 끝나면 딱이었던 소재죠. 이후부터는 전편의 감흥을 날려버릴 뿐입니다. 1편의 이름을 빌어 남은 잔돈을 박박 긁어모으는 게 원래부터 영화의 목적이었다면 할 말이 없지만요. (13/06/27)

★★

기타등등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는 대안적 엑소시즘 영화는 이런 것입니다. 주인공 소녀에게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이 모두 강제주입된 유대/기독교/이슬람 문화의 부작용이라는 걸 인정하고 막판에 해결책으로 주인공을 깔끔한 무신론자로 만들어버리는 겁니다. 괜찮을 거 같지 않습니까?

감독: Ed Gass-Donnelly, 배우: Ashley Bell, Julia Garner, Spencer Treat Clark, David Jensen, Tarra Riggs, Louis Herthum, Muse Watson, Erica Michelle

IMDb http://www.imdb.com/title/tt203413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164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