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마더스 Adore (2013)

2013.08.06 22:59

DJUNA 조회 수:12218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릴은 혼자 아들 이안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라는 말이 어색한 것이, 어린 시절부터 단짝 친구였던 로즈의 가족이 바로 이웃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죠. 둘이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로즈의 아들 톰과 이안은 단짝친구고요. 이 네 사람의 관계는 지나칠 정도로 밀접하고 대칭성은 완벽해서 로즈의 남편은 거의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외부인이 보기에 살짝 불편해 보이는 이들의 관계는 이안이 로즈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더 괴상해집니다. 로즈가 이안을 받아들이고, 그걸 목격한 톰이 복수를 위해 릴에게 접근한 거죠. 이제 두 엄마는 단짝 친구의 아들과 연애질을 하게 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로즈의 남편은 시드니에 직장을 구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하지만 (당연히) 아무도 거기에 관심이 없죠. 쯧쯧쯔...

도리스 레싱의 단편 [The Grandmothers]를 각색한 안 퐁텐의 [투 마더스]는 18세기 프랑스 코미디처럼 완벽한 관계의 대칭성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수학공식이나 시계장치처럼 등장인물들을 자기 자리에 박아놨기 때문에 이들의 감정이나 행동이 아무리 진지하다고 해도 이를 100 퍼센트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결국 캐릭터의 의지보다는 '두 여자가 서로의 아들과 연인이 된다'라는 독특한 사각관계의 지배력이 더 크죠. 이들은 여기에서 못 빠져 나갑니다.

다행히도 영화는 그 관계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찾아냅니다. 시작은 어렵죠. 근친상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근친상간이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일단 나오미 와츠와 로빈 라이트를 엄마들 역에 캐스팅해 놨으니, 이해가 비교적 수월해졌습니다. 게다가 이들 사이에는 한 칸 건너 뛴 동성애와 같은 것이 존재해요. 릴과 로즈는 원래부터 동성애 관계로 오인받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인데, 이들은 척 봐도 서로의 젊은 남성 버전처럼 보이는 아들들과 사랑에 빠지는 겁니다.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인위적인 관계를 꾸준히 지탱하게 하는 힘들이 존재해요.

안 퐁텐과 각색자 크리스토퍼 햄튼은 거의 포르노에 가까운 섹스 판타지 설정 속에서 의미있는 주제와 무게를 부여하는 데에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기둥이 되는 건 릴과 로즈, 그리고 이들을 연기한 나오미 와츠와 로빈 라이트죠. 안 퐁텐은 이들의 육체적인 매력을 고스란히 잡아내면서도 다가오는 노년의 그림자를 솔직하게 그려내면서,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고민과 불안을 최대한으로 살려내고 있습니다. 솔직히 아들들은 많이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엄마 역 배우들과 좋은 앙상블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고요. 물론 이들은 여전히 연기보다는 미모가 더 중요합니다만...

여전히 판타지이긴 합니다. 화려한 캐스팅 때문에 관객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만 도리스 레싱의 원작 단편이 가진 적나라함은 많이 줄었고요. 물론 영화 보는 내내 모 SNL 뮤직 비디오를 머릿속에서 지워내지 못해 애를 먹는 관객들도 있겠죠. 하지만 이 정도 결과물이면 의미있는 성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13/08/06)

★★★

기타등등
할리우드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호주에서 찍은 프랑스-호주 합작 영화죠.


감독: Anne Fontaine, 배우: Robin Wright, Naomi Watts, Xavier Samuel, James Frecheville, Ben Mendelsohn, Sophie Lowe, Jessica Tovey, Gary Sweet, 다른 제목: Two Mothers

IMDb http://www.imdb.com/title/tt210326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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