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카머스]에 이어 본 영화는 우디 앨런의 신작인 [매직 인 더 문라이트]였습니다. 둘 다 초자연현상과 마주친 회의론자의 이야기였는데 분위기에서부터 내용, 장르, 결말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다를 수가 없었죠. 다행히도 전 이 순서가 이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대로 봤다면 뒷맛이 이상했을 거예요.

무대는 1928년 남부 프랑스입니다. 웨이링수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영국인 마술사 스탠리는 친구 하워드로부터 소피라는 젊은 영매가 코트다주르에 머무는 부잣집 미국 가족을 농락하고 있는데 기교가 너무 뛰어나서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습니다. 하워드의 부탁을 받은 그는 근처에 사는 이모를 방문한다는 핑계로 프랑스를 방문하는데, 소피는 놀랍게도 스탠리의 모든 테스트를 통과합니다. 과학과 이성의 신봉자인 스탠리는 난생 처음으로 사후세계와 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소피의 능력은 진짜일까요? 우디 앨런의 작품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그가 이런 종류의 뉴에이지 주제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세계는 현실 세계와 다른 법이고 앨런은 이미 여러 차례 초자연현상을 빌어온 영화를 만든 적 있죠. 그렇다면 [매직 인 더 문라이트]의 세계가 그런 법칙을 따르는 곳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노련한 장르 애호가의 작품입니다. 딱 20세기 초반에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를 당시의 일급 이야기꾼이 골랐을 법한 수법으로 들려주는 영화죠. 엄청나게 놀랍거나 신선하지는 않지만 경제적이고 우아하고 명쾌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앨런의 목표가 특정 장르 형식의 재현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장르 소재를 노련하게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건 앨런의 오랜 테마, 그러니까 이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이는 차갑고 냉혹한 우주 속에서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고민과 연결되니까요. 그렇게 큰 야심이 있는 영화가 아니라 이 테마가 그의 다른 걸작들보다 가볍고 헐렁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종종 자신이 만들었던 영화의 패러디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중간에 나오는 스탠리의 기도 장면처럼 기가 막히게 정곡을 찌르는 부분도 있습니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로맨스는 콜린 퍼스가 연기하는 스탠리의 캐릭터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의 철학이나 행동방식은 일반적인 우디 앨런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지만, 앨런은 여기에 콜린 퍼스의 무뚝뚝한 페르소나를 넣어 엠마 스톤이 연기하는 소피 사이에서 재미있는 긴장감을 끌어내고 있죠. 둘은 호흡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퍼스와 가장 죽이 잘 맞는 배우는 그의 이모로 나오는 에일린 앳킨스였어요. (14/08/27)

★★★

기타등등
스탠리는 실존했던 두 마술사를 합친 것 같은 인물이죠. 일단 청링수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가짜 중국인 마술사가 있었지요. 총알을 이로 막아내는 마술을 하다가 무대사고로 죽은. 그리고 유명한 영매 폭로가이며 탈출 전문가인 해리 후디니가 있습니다. 스탠리는 끝까지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은 후디니보다 제임스 랜디에 더 가깝습니다만.


감독: Woody Allen, 배우: Colin Firth, Emma Stone, Eileen Atkins, Simon McBurney, Catherine McCormack, Erica Leerhsen, Jeremy Shamos, Hamish Linklater, Marcia Gay Harden, Jacki Weaver

IMDb http://www.imdb.com/title/tt287075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9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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