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잇 온 미 Keep the Lights On (2012)

2012.10.23 20:48

DJUNA 조회 수:15242


1997년, 덴마크 출신인 다큐멘터리 감독 에릭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변호사인 폴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처음에는 그냥 같이 있어도 행복했겠지만 폴의 마약 중독과 두 사람의 성격차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이 영화감독이라니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라잇 온 미]는 감독 아이라 잭스의 자서전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 옛날 애인도 변호사였다고 하더군요. 꽤 유명한 커플이었다고 합니다. 영화에 나온 이야기 그대로라면 상당히 오래 사귄 모양이고. 하긴 그 정도 사귀었다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 한 편을 만들 생각이 들기도 할 겁니다.

우리가 90년대 이후 익숙해진 동성애 영화들과는 달리, [라잇 온 미]는 정치적 선언이나 정치적 공정성의 추구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하긴 다들 이런 식의 영화들에 지칠 때가 되었죠. 대신 아이작 잭스는 극도로 개인적인 소재를 사실적이고 섬세한 태도로 접근하는 쪽을 택합니다. 그 과정 중 미국 남성 동성애자 커뮤니티와 그 구성원의 모습이 종종 안 예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걸 두려워하지는 않죠. 그런 걸 두려워할 시대도 아니긴 하고.

캐릭터의 균형은 그리 잘 맞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에 큰 사고를 치고 문제가 많은 건 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철저하게 에릭의 관점에서 진행되지요. 그 때문에 과연 이 관점이 공평한 것인지 확신이 안 설 때가 있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흐릿하기만 한 폴의 캐릭터를 조금 더 알고 싶기도 하고요. 물론 잭스는 에릭의 관점밖에 모르겠죠. 그래도 상상력을 더해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도 예술가의 의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성실한 영화입니다. 배우들, 특히 에릭을 연기한 투레 린드하트의 연기는 좋아요. 이들을 둘러싼 환경과 분위기, 주변 사람들의 묘사도 꼼꼼하게 잘 그려졌고요. 무엇보다 이들을 둘러싼 온갖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9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이들을 커플로 묶어주었던 감정 묘사는 뛰어납니다. 단지 이야기의 반복이 잦고 드라마틱한 드라마의 발전이 없어서 영화 내내 조금 갑갑하긴 했어요. (12/10/23) 

★★★

기타등등
영화는 9년에 가까운 세월을 커버하지만 패션이나 외모의 변화는 거의 없습니다. 이건 정말 신경 쓰이더군요. 특히 에릭의 경우는 한 번 정도라도 수염을 깎아줄 줄 알았어요.

감독: Ira Sachs, 출연: Thure Lindhardt, Zachary Booth, Paprika Steen, Julianne Nicholson, Sarah Hess, Sebastian La Cause, Maria Dizzia, Souleymane Sy Savane

IMDb http://www.imdb.com/title/tt201195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096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