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세요, 병헌씨 (2012)

2013.06.25 11:11

DJUNA 조회 수:12053


대한민국 영화계엔 이병헌이 둘입니다. 하나는 얼마 전에 할리우드에서 브루스 윌리스, 헬렌 미렌과 영화를 찍었고 곧 이민정과 결혼한다는 한류스타 이병헌이고, 다른 한 명은 [네버엔딩 스토리]의 원안을 썼고 [과속 스캔들]과 [써니]의 각색작업에 참여했던 이병헌입니다. 그리고 [힘내세요, 병헌씨]에서 힘내라고 응원하는 사람은 당연히 후자입니다. 

감독이 제목에서 자기 이름을 썼으니, 자기반영적인 코미디입니다. 주인공 이병헌은 실제 감독 이병헌과 마찬가지로 첫 장편을 준비 중입니다. 신인감독의 영화 준비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로 한 방송국 제작진이 그의 뒤를 따르고요. 하지만 그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진상으로, 시나리오를 써야 할 아까운 시간에 친구들과 술이나 퍼 마시고, 취하면 전처가 사는 아파트에 가서 깽판이나 치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포기하려는 순간, 병헌은 아슬아슬하게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병헌과 친구들은 영화 제작 준비에 들어갑니다.

모큐멘터리지만 그렇게까지 틀에 엄격한 영화는 아닙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본 관객들도 이 영화가 진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겠지요. 배우들은 코미디 연기를 하고 있고, 드라마와 코미디를 위해 연출된 상황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이병헌과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방송 다큐멘터리가 정말로 완성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요.

기본적으로 루저 코미디입니다. 그 루저들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고,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진짜로 영화를 만들려 한다는 게 차별점이죠. 단지 제가 막 루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영화계에서는 주류를 형성한다는 게 이 영화에 씁쓸한 아이러니를 더해줍니다. 그것이 영화가 집중하고 있는 정서이기도 하죠. 

그러나 그런다고 주인공의 루저성이 완벽하게 커버되거나 변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병헌은 어떻게 봐도 진상이에요. 특히 전 운나쁘게 병헌과 얽히게 된 여성 캐릭터들을 진심으로 동정하고 걱정했습니다. 병헌의 이런 태도는 코미디와 자기 반성을 위해 일부러 도입된 것이겠지만, 작가/감독의 일상적인 사고방식이나 태도와 완전히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되었건 관객들이 웃을 부분이 많은 영화입니다. 아래한글을 작업도구로 쓰는 프리랜서들이라면 병헌의 작업 태도와 스타일을 보면서 웃으면서도 공감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일반 관객들이 잘 모를 수밖에 없는 제작 과정의 이야기로 넘어가도 영화는 농담을 잔뜩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병헌의 일을 직접 겪어 본 업계 내부 사람들에게 그 웃음은 다른 의미가 있겠지요.  (13/06/25)

★★★

기타등등
몇몇 카메오들이 있습니다. [써니]의 강형철 감독은 당연히 나오고, 강소라도 잠시. 

감독: 이병헌, 배우: 홍완표, 양현민, 김영현, 허준석, 조향기, 다른 제목: Cheer Up Mr. Lee

IMDb http://www.imdb.com/title/tt297927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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