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윈체스터. 남편의 회사에서 만든 총에 의해 살해당한 사람들이 자기를 괴롭혔다고 믿으며 이들을 위해, 또는 이들로부터 숨기 위해 미로와 같은 저택을 지은 사람이죠. 이 정도면 괜찮은 현대 오페라의 소재가 되려나요?

베르트랑 보넬로는 사라 윈체스터가 주인공인 오페라의 제작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처럼 시작합니다. 건성으로 보면 공연 기록을 담은 블루레이의 서플먼트처럼 보여요. 바스티유 극장에서는 발레리나와 작곡가가 오페라에 들어갈 발레를 연습하고 있고, 다른 어딘가에서는 역시 오페라에 삽입될 합창곡을 연습하는 중이죠. 중간중간에 영화는 자막과 일러스트를 통해 사라 윈체스터의 전기 정보를 관객들에게 전달합니다.

하지만 이 오페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다큐멘터리처럼 보였던 건 다 허구이죠. 당연히 오페라도 부분만이 존재하는 허구예요. 처음부터 일종의 유령인 셈인데, 심지어 이 허구의 드라마 속에서도 완성되지 못할 운명입니다. 사라 윈체스터의 윈체스터 미스터리 하우스처럼요. 어느 순간 오페라와 오페라의 창작과정은 사라 윈체스터의 드라마와 겹쳐집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여러 의미에서 호러가 되지요. 그리고 유령이 등장합니다.

영화와 공연예술, 다큐멘터리와 드라마가 이상하게 충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서로를 보완하는 작품입니다. 짧지만 거대한 종합예술이고, 귀신들린 집의 탄생을 다룬 작품답게 '건축된' 영화예요. (17/04/10)

★★★☆

기타등등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입니다.


감독: Bertrand Bonello, 배우: Marie-Agnès Gillot, Reda Kateb, 다른 제목: Sarah Winchester, Fantom Opera

IMDb http://www.imdb.com/title/tt595098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5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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