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2010)

2010.07.04 22:13

DJUNA 조회 수:10653



[귀]는 학교 귀신들에 대한 단편영화 세 편을 모은 옴니버스 호러 영화입니다. 여기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역할을 하는 [네 이름을 말해봐]를 포함하면 네 편이죠. 작년 부산영화제 때에는 [환상기담 묘(妙)]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는데, 지금과는 모양이 조금 달랐다고 합니다. 일단 에피소드 순서가 바뀌었다는군요. 아마 지금 버전이 조금 더 밝을 겁니다. 


제작자인 김조광수가 감독한 [네 이름을 말해봐]는 이 옴니버스 시리즈의 성격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배수빈이 연기한 타로카드 점술사가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들의 점괘를 봐주는데, 이 아이들이 모두 앞에 나올 세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인 거죠. 여기까지만 봐도 이들이 [여고괴담] 시리즈처럼 엄청 진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재 자체의 키치성이 노골적이라 도저히 이를 지우기 어렵죠. 그리고 앞에 나올 에피소드들도 딱 거기서 기대할만한 수준입니다.


[밤은 그들만의 시간]의 조은경이 감독한 [부르는 손]의 무대는 곧 헐리게 될 학교 구관 건물입니다. 연극부원인 주인공 아이들은 그 안에서 선배들이 숨겨놓은 아이템을 갖고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거기에서 귀신(들)을 만나고 한 명씩 무서운 꼴을 당하죠. 


귀신의 사연이 처음부터 소개되긴 하지만, 영화는 드라마나 감정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주인공들을 결말로 이끄는 이야기 역시 어설프고 가볍지요. 상관 없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유원지 귀신 나오는 집의 논리를 따르고 있어요. 갇혀 있는 음산한 공간 이곳 저곳을 지나는 동안 사방에서 무서운 것들이 튀어나온다는 것 말입니다.


대단한 아이디어는 없습니다. 이야기가 좀 산만한 편이라 몰입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고요. 폐교라는 무대도 뻔하게 보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부르는 손]은 좋은 유원지 영화입니다. 극장 안에서 관객들이 짜증과 웃음이 섞인 비명을 지르며 제식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는 돼요.


[비노, 달리자]의 홍동명이 감독한 [내 곁에 있어줘]는 이 옴니버스 시리즈 중 가장 [여고괴담]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입을 앞둔 두 여자아이들입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이들의 우정은 위기를 맞아요. 두 아이 모두 서울대 수시를 앞두고 경쟁하는 사이인데, 그 중 한 명이 임신까지 했으니 사정을 아시겠죠.


영화의 문제는 이 작품이 지나치게 [여고괴담] 영화라는 것입니다. 특히 [여고괴담 2: 메멘토 모리]와의 유사성은 징그러울 정도예요. 교환일기, 신체검사, 임 신루머, 옥상 장면... 이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익숙한 모습으로 반복됩니다. 오마주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해요. 유사점을 비교하느라 정작 본 내용에 신경을 쓸 수가 없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만약 신경 쓸 여유가 있다고 해도 깊은 인상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주인공들을 지배하고 있는 감정이 지나치게 기성품이고 모델이 된 영화가 가지고 있던 시적정취도 없으니까요.


[도시락]과 [의리적무투]의 감독 여명준이 감독한 [귀소년]은 당연히 귀신 보는 소년이 주인공입니다. 소년은 같은 반 우등생 친구에게 착 달라붙어 있는 소녀 귀신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 귀신은 자기를 죽이고 자살한 연쇄살인마 귀신에게 쫓기고 있었죠. 결국 귀신은 학교 안으로 들어오고 주인공들은 귀신을 무찌르기 위해 한 판 승부를 벌입니다.


귀신과 연쇄살인이라는 호러 코드가 등장하고 있긴 하지만 [귀소년]은 호러보다는 밝은 분위기의 액션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련의 상황에 밝은 일상성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고, 액션은 호쾌합니다. 농담들이 그렇게 세련되었다고 할 수는 없고 전체적으로 투박하지만, 역시 싼 맛에 신나게 보는 재미는 있어요.


김꽃비, 김예리와 같은 한국 인디 영화계의 스타들이 등장하는 영화지만 연기의 질은 그렇게까지 높은 편은 아닙니다. 그건 연출도 마찬가지죠. 그냥 청년필름에서 영화를 만든 적 있는 젊은 감독들의 장르 동창회 정도를 기대하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10/05/26)


★★☆


기타등등 

남지현이 카메오로 나옵니다. 이채은이 1부에 고등학생으로 잠시 나오고요(그럴 나이인가요). 


감독: 김조광수, 여명준, 조은경, 홍동명, 출연: 김예리, 한지은, 정인영, 이채은, 김민경, 이종석, 이제훈, 김꽃비, 신지수, 홍종현, 이민호, 최혜경, 이풍운, 다른 제목: Ghost, Be with Me, 환상기담 묘(妙)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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