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2012.09.25 22:05

DJUNA 조회 수:16515


마고와 루는 결혼한지 5년이 된 커플입니다. 마고는 프리랜서 작가이고 루는 요리책을 쓰지요. 둘은 토론토 교외에 있는 낡고 조용한 주택가에 삽니다.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서로의 존재에 편안하게 익숙해져 있는, 잘 어울리는 커플이죠. 보면 부러움과 질투심이 동시에 생길 지경입니다.

그런데 마고가 일 때문에 출장을 갔다가 거기서 만난 남자와 눈이 맞아 버립니다. 그리고 알고 봤더니, 그 대니얼이라는 남자는 바로 그들 부부의 이웃에 살아요. 그와 알고 지내면서 마고는 자신이 대니얼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하지만 루는 어떻게 하고요? 그들의 결혼생활은?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남의 인생에 참견할 필요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답은 하나입니다. 루의 곁에 남아야죠. 루는 이미 5년의 세월을 같이 겪는 동안 품질이 보장된 파트너입니다. 하지만 대니얼은 갑작스러운 번개와 같은 이상현상입니다. 게다가 하는 짓도 이상해요. 요리책 저자도 그렇게 안정된 직업은 아니겠지만, 인력거를 몰고 다니며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남자를 택하면 고생문이 열리는 거죠. 건조하고 산문적으로 들리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물론 이 자명한 판단을 그대로 따르는 여자주인공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 영화가 안 나오죠.

사라 폴리의 두 번째 장편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는 선택의 영화입니다. 이미 최선의 답이 나와 있는 선택이지요. 그러니 그냥 직진을 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왜일까요? 왜 인간이라는 동물은 이 당연한 길을 택하지 않고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까요?

이 비논리성은 영화의 주제입니다. 그 주제를 살리기 위해 후반부가 조금 막 나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전 후반부를 볼 때 이것이 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정도로 현실성이 떨어지거든요. 사실이더라도 일종의 환상인 현실이죠. 하긴 사라 폴리는 이런 로맨스를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더군요. 의지와 이성만으로는 어쩔 수 있는 게 아닌 겁니다. 결과는 기대보다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고요. 

전작인 [어웨이 프롬 허]와는 달리, 영화는 자잘한 사실묘사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단지 이런 묘사들은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사실을 살짝 과장해 장식음 효과를 주는 식이기도 하고, 은근슬쩍 선언적이기도 합니다. 전자는 마고와 루의 결혼생활 묘사가 그렇고, 후자는 마고와 주변 여자들의 묘사가 그렇습니다. 특히 두 차례 이상 나오는 마고의 누드 신이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도 마고가 동네 아줌마들과 수다를 떠는 수영장 샤워실 장면의 당당함은 재미있는데, 폴리는 이 장면에서 의도적으로 성적인 느낌을 제거하면서 노골적으로 재미있어 하는 것 같습니다.

캐스팅은 좋습니다. 물론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건 마고 역의 미셸 윌리엄스입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 할리우드에서 아역부터 시작한 배우치고, 이 사람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비루한 현실을 잘 잡아내는 배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대니얼 역의 루크 커비 역시 영화와 잘 어울리지만 단지 대니얼이 끝까지 관객들에게 속을 보여주지 않는 캐릭터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놀라운 건 루 역의 세스 로겐입니다. 세상에, 이 사람이 이렇게 청순할 수도 있었군요. (12/09/25) 

★★★

기타등등
의도가 무엇이건 샤워실 장면은 조금 얄밉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리 통통해 보여도 미셸 윌리엄스는 여전히 뱃살 하나 없는 할리우드 몸매를 갖고 있고, 뒤에서 그 장면을 연출하는 감독님도 빼빼 마른 금발 미녀인 걸요. 단역 아줌마들이 무슨 죄예요...  

감독: Sarah Polley, 출연: Michelle Williams, Seth Rogen, Luke Kirby, Sarah Silverman, Jennifer Podemski, Diane D'Aquila, Vanessa Coelho, Graham Abbey

IMDb http://www.imdb.com/title/tt159228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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