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라이카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우주에 날아간 최초의 동물이며, 인간 동료들의 불성실함 때문에 우주에서 죽음을 맞은 최초의 동물.

다행히도 벨카와 스트렐카의 이야기는 라이카의 이야기보다 밝습니다. 1960년 스푸트니크 5호를 타고 우주로 날아간 이 개들은 모두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지요. 같은 우주선에서는 쥐와 토끼, 파리와 같은 동물들도 타고 있었지만 스타는 역시 개인 벨카와 스트렐카였습니다. 이 중 스트렐카가 낳은 강아지 중 한 마리가 백악관에서 선물로 갔고 거기서 케네디 집안 개와 눈이 맞아 또 강아지를 낳았다죠. 냉전시대의 로맨스입니다. 멍멍멍.

[스페이스 독]은 벨카와 스트렐카의 이야기를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이야기는 흐루시초프가 백악관에 선물로 보낸 강아지가 백악관의 다른 동물들에게 위대한 영웅이었던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요. 이 이야기에서 서커스 개인 벨카는 로켓 묘기를 하다가 시내에 떨어져 떠돌이 개 스트렐카와 쥐 베냐를 만납니다. 이들은 모두 인간들에게 잡혀서 바이코누르로 끌려가고 여기서 우주비행을 위한 훈련을 받습니다.

이들은 모두 의인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인간과 동물들의 관계는 괴상합니다. 서커스는 모두 동물들이 운영하고 있고, 우주비행 훈련을 하는 동물들은 실제 인간 우주비행사와 같은 수준의 훈련을 받고 심지어 요새 스페이스 셔틀 탑승자들이나 할 법한 임무도 부여받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스푸트니크 위성의 배터리를 교환해주는 것이죠.

이런 말을 쉽게 하는 건 미안하지만, [스페이스 독]은 아주 약한 영화입니다. 일단 기술적으로 심각하게 떨어져요. 그냥 중간급 텔레비전 CG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수준을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게다가 디자인도 건성이에요. 쥐 베냐는 [라따뚜이]의 쥐들을 닮았고, 강아지 벨카는 볼트 비슷하게 생겼어요. 단지 모두 제작비와 시간 부족 때문에 적당히 마무리지어진 티가 역력합니다. 3D 효과는 모르겠습니다. 전 그냥 2D로 봤으니까요. 근처엔 상영하는 곳이 없더군요. 하지만 노골적인 3D 효과를 노린 부분이 몇 됩니다.

가장 나쁜 건 각본입니다. 실제 역사와 의인화된 개들을 섞고 여기에 장르 관습을 끼워넣다보니 그냥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일단 이 영화에서 동물들이 자발적으로 우주비행사가 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떠돌이개 스트렐카만이 하늘의 별이 된 아빠 운운의 이상한 판타지를 갖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정작 이야기가 시작되면 경쟁에서 이기고 우주에 올라가기 위해 별 이상한 음모와 암투가 벌어지는 거죠. 게다가 본론에 들어갈 때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리고 전체적인 속도도 떨어져서 그냥 재미가 없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실제 벨카와 스트렐카를 찍은 클립들을 보여주는 엔드 크레딧입니다. 그 몇 분이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려 발버둥치는 본편보다 좋아요. 아무래도 이건 다큐멘터리 소재이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소재는 아닙니다. (12/03/22) 

★☆

기타등등
영화에서는 케네디에 보내진 강아지 푸쇽의 엄마가 스트렐카가 아닌 벨카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감독: Inna Evlannikova, Svyatoslav Ushakov, 출연: Elena Yakovleva, Anna Bolshova, Yevgeny Mironov, Sergey Garmash, Aleksandr Bashirov 다른 제목: Space Dogs 3D (2010)

IMDb http://www.imdb.com/title/tt127205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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