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개들 Cani arrabbiati (1974)

2011.02.08 23:07

DJUNA 조회 수:8487


1974년, 마리오 바바는 범죄물을 만들어 막힌 경력을 뚫어볼 생각으로, [미친 개들]이라는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작이 거의 끝날 무렵 제작자인 로베르토 로욜라가 죽어버렸고 영화는 법원에 의해 압류되어버렸어요. 바바는 끝까지 이 영화를 완성하지 못했어요. 20년 뒤, 주연배우 중 한 명이었던 레아 랜더가 나서 돈을 모아 영화를 완성했고, 이 버전은 1997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했던, 바바의 아들 람베르토 바바와 알프레드 레오네는 약간의 재촬영과 후반 작업을 거쳐 2002년에 이 영화의 또 다른 버전을 냈고요. 오늘 제가 서울 시네마테크에서 본 영화도 이 버전인 것 같습니다. 


영화는 추하기 짝이 없는 범죄극입니다. 네 명의 무장강도가 제약회사의 봉급을 텁니다. 경찰의 총에 동료 한 명을 잃고 차도 망가진 그들은 여자 한 명을 인질로 잡고 달아나다가 아픈 아들을 병원에 데려간다는 중년 남자의 차를 강탈해요. 여기서부터 영화는 세 명의 무장 강도와 인질이 된 세 사람이 달리는 차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는지 이야기합니다. 


이 관계가 섬세한 심리 묘사로 이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마시길. [미친 개들]은 그렇게 예의바른 영화가 아닙니다. 예의바르고 싶어도 내용상 그럴 수가 없어요. '박사'라는 별명의 리더는 그럭저럭 문명인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32'와 '단검'이라는 놈들은 진짜로 미친 개들입니다. 야만적이고 폭력적이고 무식하고 멍청하며 절제라는 게 뭔지 모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욕지기와 혐오가 올라옵니다. 


영화가 그리는 이야기 역시 카오스입니다. 차 안에 갇힌 짐승 두 마리가 미쳐 날뛰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이 어떻게든 제정신을 유지하고 살아남으려 하는 거죠. 심지어 그 짐승들은 동료인 '박사'에게도 부담되고 위험한 존재입니다. 유일한 여성인 인질 마리아의 입장은 최악이고요. 이런 입장에 처한 여자들이 겪는 거의 모든 일들을 겪어요. 마리아를 위해서라도 제발 빨리 영화가 끝나길 바랄 때도 꽤 있습니다. 


영화는 엄청 빠르고 시끄럽습니다. 마리오 바바가 이렇게 빠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빨라요. 러닝타임 내내 영화는 고함을 질러대며 질주합니다. 빠르고 시끄러운만큼이나 직설적이기도 합니다. 폭력, 섹스, 유머 모두 바닥이 보일 정도로 천박하고 노골적이에요. 이탈리아 장르 영화 특유의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연기와 대사, 더빙은 그렇지 않아도 뻔뻔스러운 이 영화에 노골적이고 야한 스타일을 부여합니다. 바바가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심정이었는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자기가 구닥다리 퇴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결말을 보면 역시 바바의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르가 바뀌고 훨씬 천박해졌지만, 이 영화는 그의 [죽은 신경의 경련]이나 [피와 검은 레이스]의 세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삐딱하게 서서 발밑에 돌고 있는 탐욕과 폭력의 소용돌이를 냉정하게 응시하는 냉소적인 늙은이의 태도가 보인단 말이죠. (11/02/08)


★★★


기타등등

[저수지의 개들]에 영향을 준 영화라고 소문이 돌긴 하지만, [저수지의 개들]은 92년작이니 그건 불가능하죠. 


감독: Mario Bava, 출연: Riccardo Cucciolla, Don Backy, Lea Lander, Maurice Poli, George Eastman, Maria Fabbri, Erika Dario, 다른 제목: Kidnapped, Rabid Dogs


IMDb http://www.imdb.com/title/tt007127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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