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피아노 Grand Piano (2013)

2014.04.17 21:39

DJUNA 조회 수:7560


유헤니오 미라의 [그랜드 피아노]는 현실세계에서라면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클래식 콘서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번지르르하게 장식한 무대는 이 콘서트가 일종 자선공연이나 그 비슷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유달리 말하기를 좋아하는 지휘자도 그래서려니 할 수 있고요. 하지만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는데 독주자의 피아노를 오케스트라 뒤에 두는 게 말이 됩니까? 게다가 이 사람들은 협주곡 악장 사이에 쉬는 시간을 두더라고요! 이러니 연주 중간에 무대 뒤로 달아났다가 다시 튀어나오는 피아니스트가 전혀 이상해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건 [그랜드 피아노]가 정말 괴상한 상황을 다루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톰 셀즈닉은 5년 전 콘서트를 마친 뒤 무대공포증에 시달리는 피아니스트입니다. 영화배우인 아내 엠마 뒤에 숨어서 지내던 그는 마침내 시카고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독주자로 참여하는데, 악보에는 음표 하나라도 틀리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문이 쓰여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정말로 정체불명의 악당이 총을 들고 그와 엠마를 모두 겨냥할 수 있는 관객석 구석에 숨어 있습니다.

이러니 영화가 끝까지 스토리를 끌고 가려면 이 상황에 맞게 모든 걸 재배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클래식 콘서트가 어떤지 몰라서 이렇게 만든 건 아니란 말입니다. 모를 수가 없죠. 이런 영화를 만들려면 결국 수많은 클래식 음악가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데. 그들이 없다면 누가 피아노 곡을 작곡하고, 그 곡을 연주하고, 일라이저 우드에게 피아노 레슨을 해준답니까.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이 영화의 무리한 설정은 심하게 거슬립니다. 이 이야기는 아무래도 장편과는 맞지 않아요. 반전이 있는 단편이 더 맞죠.

그래도 말해줄 수 있는 건 [그랜드 피아노]가 엉터리지만 그래도 썩 재미있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상황이 너무 엉터리니까 중반 이후로는 오히려 그게 재미있기도 하고요. 몇몇 장면이 수상쩍긴 하지만 일라이저 우드의 겁에 질린 피아니스트 연기는 관객들을 끌고 가기에 부족함이 없고요. 단지 악당의 무게감이 의외로 시시해서 결말은 좀 맥이 빠집니다. 존 큐색의 목소리가 아까울 지경입니다.

영화음악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제가 보기엔 절반의 성공입니다. 빅토르 레예스는 어쩔 수 없이 피아노 협주곡 하나와 독주곡 하나를 통째로 작곡해서 이걸 영화음악으로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이 곡들은 영화음악으로서는 자기 일을 합니다. 하지만 이게 너무 영화음악이다보니 콘서트 레파토리로서는 엉망이죠. 아까도 말했잖아요. 피아노 협주곡인데 독주자가 의상실로 달려가서 이어폰을 끼고 다시 나올 때까지 피아노 파트가 하나도 없어요! 이 곡들을 영화에서 떼어내 그냥 듣는다면 정말 이상할 겁니다. 그렇게 인상적이지도, 기억에 잘 남지도 않고요. 하긴 모두가 코른골트가 될 수는 없지요. (14/04/17)

★★☆

기타등등
1. 롯데에서만 상영하더군요. 전 피카디리 롯데 시네마 6관에서 봤습니다. 실수였죠. 마스킹을 하는 것이 분명한 애비뉴엘로 가는 건데. 하여간 마스킹을 안 하니 상영 조건이 재난입니다. 괴상하게 꾸미긴 했지만 여전히 사방이 컴컴한 클래식 콘서트장이 무대인 스릴러 영화에요. 당연히 툭하면 프레임이 망가지죠. 이제 피카디리는 스코프관 상영 아니면 피해야겠어요. 건대입구에서 시사회를 본 사람들은 이 엉터리 그림을 어떻게 봐줬답니까?

2. 악당의 공범자가 알렉스 윈터더라고요. 빌 S. 프레스턴 선생말입니다.


감독: Eugenio Mira, 출연: Elijah Wood, John Cusack, Kerry Bishé, Tamsin Egerton, Allen Leech, Don McManus, Alex Winter, Dee Wallace, Jim Arnold, 다른 제목: Shuttlecock

IMDb http://www.imdb.com/title/tt203934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0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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