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파 흡혈귀 페난갈 Penanggal (2012)

2013.07.29 18:34

DJUNA 조회 수:7208


동남아시아에서는 잘린 목 밑으로 내장이 길게 나와 있는 떠다니는 머리 형태의 여자 뱀파이어들의 전설이 있는데요. 이들은 페난갈, 팔리식, 레약과 같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 중 팔리식의 전설은 저번 부천에서 본 [파이브 히스테리아]에서 본 적이 있죠. 다 까먹었지만.

[산파 흡혈귀 페난갈]은 말레이지아 영화입니다. 시놉시스를 보면 우리나라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구미호] 에피소드 비슷한 것 같습니다. 무르니라는 젊은 여자가 저주를 받아서 페난갈이 되고, 마을 사람들은 괴물이 된 무르니를 쫓아내고, 무르니는 어떻게든 구원을 받고 싶은데... 통속적이고 달짝지근하더라도 이 정도 소재라면 관객들을 적당하게 자극하는 괜찮을 멜로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 것 같지 않습니까?

하지만 무르니가 마을에서 쫓겨나는 오프닝 부분부터 수상쩍은 징조가 감지됩니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이 무르니의 집에 불을 지르려는 것까지는 괜찮아요. 하지만 갑자기 어린 소년 한 명이 뛰어나와 이렇게 외치는 거예요. "알라는 위대하시다!"

그 뒤로 영화는 진짜로 이슬람 선교 영화로 흐릅니다. 앞으로 평생동안 들을 '알라'라는 소리를 이 영화에서 다 미리 들은 것 같아요. 그것도 머리 나쁜 선교 영화에서 주로 그렇듯 가장 상상력 부족하고 지루한 방법으로 같은 소리를 죽어라 반복하는 겁니다. 

그래도 이해해주려고는 했습니다. 많은 유태/기독교 문화권의 호러 스토리가 종교의 틀 안에서 나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니까요. 심지어 무르니가 이슬람 교에 귀의해서 구원을 얻으면 그러려니 해주려 했어요.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결말이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이 간단한 일도 망쳐버립니다. 우선 주인공 뱀파이어 무르니에게 집중을 못 해요. 영화는 한 여자를 두고 삼각관계에 있는 형제를 등장시키고 이들 중 한 명을 무르니와 만나게 하는데, 형제, 중간에 있는 여자, 무르니 사이를 바쁘게 오가느라 어느 쪽 캐릭터도 제대로 설명되지 못합니다. 특히 무르니의 분량은 어이가 없을 정도. 관객들이 이 캐릭터를 무서워해야 하는 건지, 걱정해야 하는 건지도 확신이 안 서죠. 그러는 동안 다들 "알라는 위대하시다" 따위나 늘어놓고 있고.

이 난장판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능력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선교 영화의 틀이 멀쩡한 이야기를 망쳐놓은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후자 같아요. 영화에서 '알라는 위대하시다'만 잘라내도 주인공들에게 정상적인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주어지거든요. (13/07/29)

★☆

기타등등
전 아직도 내장 끌고 다니는 머리라는 형태의 뱀파이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섭다기보다는 거추장스럽게 생긴 괴물이잖아요.  


감독: Ellie Suriaty Omar, 배우: Umi Nazeera, Azri Iskandar, Zul Arifin, Fasha Sandha,  Datuk Sharifah Aini, Kuswadinata, Latif Borgiba, Yuswaizar, Normah Damanhuri, Jeff Omar,  Roslan Madun, Nadia Mustafar, Henzi Andalas, Ard Omar, Anne abdullah, Fauziah Nawi,  Rozie Othman, 다른 제목: Curse of the Malayan Vampire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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