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조합을 찾기 어려운 게 로맨스 장르라지만, 허안화는 용케 하나 찾아냈습니다.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은 우연히 비혼모 지원 모임에서 만난 두 임산부가 주인공인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전에도 이런 걸 본 적 있었나? 아뇨. 못 봤던 것 같군요. 이 조합을 찾아낸 것만으로도 영화는 한 점을 땄습니다. 


이 설정을 처음부터 작정하고 물고 늘어졌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원래 애인 사이였어요. 헤어진 뒤 여러 사람들을 만나 연애를 하다가 어쩌다보니 덜컥 같은 시기에 임신을 해버린 거죠. 은행원인 아니타는 인터넷 데이트를 통해 만난 대학생과 어설픈 섹스를 하다가 그 꼴이 났고, 변호사인 메이시는 의뢰인과 술김에 놀아나다... 뭐, 그렇습니다. 하여간 둘은 우연한 기회에 다시 만났고 다시 불이 붙었지만 느긋하게 연애에 몰두하기엔 짐들이 너무 많습니다. 뱃속에 든 아기들도 아기지만, 그 아기의 아빠들인 남자들은 어쩌나요.


영화는 이 주제를 스크루볼 코미디의 장르 안에 넣어 가볍게 다루려 합니다. 하지만 온전한 코미디가 되기엔 다루어야 할 이슈들이 너무 많죠. 동성애, 양성애, 비혼모, 직장내 차별, 가족의 정의와 같은 것들을 영화가 끝나기 전에 다 건드리고 대충으로라도 해결을 봐야 해요. 그러면서도 코미디의 가벼움을 유지해야 하고요.


그 때문에 영화는 조금 건성처럼 보입니다. 아니타, 메이시, 메이시의 친구들, 두 아빠들이 모두 좋게 좋게 양보해서 하나의 분주한 가족을 구성하는 결말은 편리하긴 하지만 게으른 답변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이런 해결책을 볼 수는 있죠. 하지만 영화가 그 과정을 제대로 그렸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영화는 (특히 아니타의 직장내 차별을 그릴 때) 주제들을 그리 깊이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요. 주제보다는 이런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쿨한 태도가 더 중요한 겁니다. 하지만 광동어 상업 영화 특유의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영화가 의도하는 쿨함은 그리 잘 살아나지도 않지요.


이럴 바엔 별다른 욕심을 부리지 않고 보다 정통적인 로맨틱 코미디로 가는 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어차피 그렇게 해도 위에 언급된 주제를 어떤 비중으로건 다룰 수밖에 없어요. 두 주인공의 로맨스에 집중하고 그에 맞는 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찾았다면 각각의 주제들도 그 이야기에 걸맞는 적절한 위치와 무게를 찾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11/04/16)


★★☆


기타등등

주혜민, 오래간만이에요.

 

감독: Ann Hui, 출연: Sandra Ng Kwan Yue, Vivian Chow, Siu-Fai Cheung, William Chan Wai-Ting, 다른 제목: All About Love


IMDb http://www.imdb.com/title/tt169451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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