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제인 (2016)

2016.10.25 18:21

DJUNA 조회 수:6439


가출소녀 소현은 같이 모텔에서 지내던 정호 오빠가 자길 버리자 자살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 앞에 정호와 알고 지내던 제인이라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나타나죠. 제인은 소현을 자신의 가출팸으로 데려갑니다. 제인의 팸은 평화로워요.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멤버들간의 사이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천국은 곧 깨질 운명이죠. 아무래도 제인의 상태가 좋지 않아요.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육체적으로도 그렇고.

여기까지가 조현훈의 [꿈의 제인]에 대해 스포일러 없이 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여기까지는 이야기의 절반도 되지 않지요. 어떻게 할까요. 더 이야기할까요? 전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보시는 쪽을 권합니다. 그렇다고 [유주얼 서스펙트]식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요.

그래도 듣고 싶으시다면 이렇습니다. 이 영화에서 소현은 믿을 수 없는 화자입니다. 소현은 이 영화에서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둘 다 사실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이들 중 허구나 환상인 이야기는 쉽게 골라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이 이야기를 해럴드 핀터의 [배신]처럼 거꾸로 보여주는 거 같은데, 이를 따른다면 영화의 내용은 더 암담해지죠.

굉장히 가차없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가 그리는 가출 청소년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법과 정의가 통하지 않는 곳이에요. 가출팸은 극도로 축소된 미니 국가와 같고요. 독재자도 있고 반란군도 있고 자기만의 정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의는 오싹할 정도로 가혹하죠. 그리고 소현은 이 세계에서 스스로를 책임지고 살 수 있을만큼 굳지 못합니다. 이 세계에서는 그냥 선의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해요. 올바르려면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

[꿈의 제인]의 매력과 장점은 이런 가출 청소년을 다루는 평범한 영화들과는 달리 [동물의 왕국] 접근법을 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긴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폭력과 언어를 과장하면서 무책임한 위악에 빠지지 않아요. 그렇다고 굳이 정밀한 사실적 묘사만 깔면서 책임을 피하지도 않고요. 이 영화에는 현실 세계를 재해석하는 시와 심각한 윤리적 고민 모두가 있습니다. 소재가 주는 인상보다 훨씬 크고 깊은 영화입니다. (16/10/25)

★★★☆

기타등등
이민지 배우도 20대 후반이네요. 그렇다고 10대 가출소녀 연기를 하는 이 배우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이는 건 아닙니다. 소현은 [짐승의 끝]의 순영만큼이나 이민지스러운 캐릭터고요. 다른 배우가 전혀 떠오르지 않아요.


감독: 조현훈, 배우: 이민지, 구교환, 이주영, 다른 제목: Jane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4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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