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어스 Genius (2016)

2017.04.20 23:36

DJUNA 조회 수:4724


맥스웰 퍼킨스는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편집자인데, 어네스트 헤밍웨이, F. 스콧 피츠제럴드, 토머스 울프와 같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편집한 것으로 유명하죠. 토머스 울프와의 관계는 그 중에서도 유명한데, 폭포수처럼 글을 토해내지만 절제 따위는 약에 쓰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이 작가에겐 뛰어난 편집자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죠. 울프의 대표작들은 모두 퍼킨스와 애즈웰이라는 두 편집자의 덕을 톡톡히 봤어요. 그 덕이 어느 정도까지인가는 논쟁의 대상이지만요.

[지니어스]는 퍼킨스와 울프의 관계 이야기를 브로맨스식으로 푼 영화입니다. 퍼킨스가 울프의 작품 [천사여, 고향을 돌아보라]를 발굴하고 편집하고 출판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고. 다음에 울프는 이어지는 새 자서전적 소설 [시간과 강에 대하여]를 쓰는데, 여기서부터 퍼킨스는 울프와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 그의 원고를 통제하느라 2년 넘는 시간을 보내고.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냥 무난합니다. 괴팍하고 사회성 부족한 천재와 그 천재를 뒷바라지하는 친구를 다룬 익숙한 이야기를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선 좀 밍밍합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주드 로가 연기하는 토머스 울프가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죠. 대부분 작가들은 작품이나 작품 속 인물에 비해 덜 매력적이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에서 울프는 천재성의 매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요. '짜증나는 천재'의 캐리커쳐일 뿐이죠. 물론 실제 울프가 이보다 더 짜증나는 인물이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지만.

울프가 이렇게 나대는 동안 퍼킨스는 조용히 원고를 편집하고 있는데, 사실 이 영화에서 제가 진짜 관심을 가지고 보고 싶었던 것은 퍼킨스의 작업이었죠. 근데 이게 극영화의 틀을 통해 잘 살 수 있는 주제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퍼킨스와 울프의 작업 장면 몇 부분은 흥미롭지만 그래도 좀 부족해요. 맥스 퍼킨스라는 인물은 극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나 책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쟁쟁한 배우들이 나오는 '고풍스러운 예술 영화'인데, 영화는 이런 소재의 영화들이 종종 빠지는 흐릿한 회색의 함정에 빠집니다. 나쁘지는 않아요 하지만 생기가 없죠. 울프 캐릭터는 시끄럽긴 하지만 영화에 제대로 된 생기를 불어넣기엔 좀 얄팍하고. 원작이나 번역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7/04/20)

★★☆

기타등등
1. '위대한 미국 소설'에 대한 영화인데, 정작 이 영화의 주연배우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죠.

2. "이건 [라라랜드]잖아!"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감독: Michael Grandage, 배우: Colin Firth, Jude Law, Nicole Kidman, Laura Linney, Guy Pearce, Dominic West, Vanessa Kirby

IMDb http://www.imdb.com/title/tt170395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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