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소녀]는 제가 어렸을 때 정말 무서워하며 봤던 그림 형제의 동화입니다. [헨젤과 그레텔] 같은 호러물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목을 보세요. 이야기 초반에 여자주인공의 두 손을 아버지가 도끼로 자른다고요. 안 무서울 수 있겠어요?

다들 아시겠지만 실수로 악마에게 딸을 팔아먹은 방앗간 주인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악마는 딸을 데려가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대신 손을 자르게 하죠. 손을 잃은 주인공은 집을 떠나 방황하다가 왕을 만나 왕비가 됩니다. 하지만 다시 악마의 계략에 빠져 아들과 함께 궁궐을 떠나게 되지요.

세바스티앙 로덴바흐의 [손 없는 소녀]는 그림형제의 원작에 비교적 충실한 편입니다. 기본 스토리는 대부분 그대로 따라가고 있어요. 하지만 그 기둥에 자기만의 디테일을 입히고 있죠. 독일어 원작에 입혀진 그 디테일은 프랑스적이고 현대적입니다. 종교적 요소가 줄어들었고 그 자리에 페미니즘이 들어갔지요. 아, 반전주의와 노동의 가치에 대한 예찬, 비겁한 가부장에 대한 야유도요.

스토리 안에서 영화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손 없는 소녀의 캐릭터입니다. 원작에서는 무개성적인 동화속 주인공이었던 손 없는 소녀는 영화 속에서 아주 입체적인 존재로 다시 태어납니다. 진취적이고 씩씩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생생한 육체적 존재감을 갖고 있는 여성이죠. 그리고 영화는 원작에서 막연하게 불편하게만 그려졌던 장애와 그 장애의 극복 과정을 아주 꼼꼼하고 강렬하게 그려냅니다.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은 아름답지만 취향을 탈 것 같습니다. 영화의 캐릭터들은 거의 동양화와 같은 간결한 선으로 이루어졌는데, 색칠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배경 위에서 투명인간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어린 관객들에겐 해독하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제가 언급한 여자주인공의 육체적 존재감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으니 이 정도면 상당한 성공이라고 봐야겠죠. (16/10/31)

★★★☆

기타등등
악마 역의 필립 로덴바흐는 감독과 무슨 사이려나요.


감독: Sébastien Laudenbach, 배우: Anaïs Demoustier, Jérémie Elkaïm, Philippe Laudenbach, Olivier Broche, Françoise Lebrun, Sacha Bourdo, Elina Löwensohn, 다른 제목: The Girl Without Hands

IMDb http://www.imdb.com/title/tt569849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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