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실종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팬이며 숭배자인 시몬 헬더는 그를 흉내내어 시체를 조립해 되살리려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지요. 금지된 실험이 발각되자, 그는 재판을 받고 그는 정신병원에 수용되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실종된 줄 알았던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감금된 곳이었단 말이죠. 원장을 협박해 칼 빅터라는 새 이름으로 의사 노릇을 하고 있던 프랑켄슈타인은 헬더를 조수로 기용하고, 병원에서 나가는 시체들을 이용해 시리즈 시작부터 해오던 실험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이전과는 달리 꽤 성공할 것 같기도 합니다...

[프랑켄슈타인과 지옥에서 온 괴물]은 테렌스 피셔의 마지막 영화입니다. 그가 포문을 연 해머판 [프랑켄슈타인]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이기도 하고요. 74년작이니, 해머 호러 전체의 역사를 보더라도 끝물에 나온 작품입니다. 밑바닥에 남은 시리즈의 단물을 쪽쪽 빨아먹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긴 언제까지 시체 조각들을 붙여 괴물들을 만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것이 영화와 주인공 모두에게 고치기 어려운 버릇이 되었다고 해도.

다른 [프랑켄슈타인] 영화와 차별화되는 이 영화만의 소재가 있다면 그것은 정신병원이라는 배경입니다. 해머 영화 안에 내제되어 있던 폭력적인 광기가 합법화되는 순간이죠. 보고 있으면 루튼 영화인 [배들럼]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 영화에서 빌려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부분들이 있어요. 해머 영화와 [프랑켄슈타인] 시리즈를 실질적으로 마무리하는 이 영화가 정신병원에서 끝나는 것은 상징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환자들의 광기보다는 그 안에서 냉정한 이성을 휘두르며 환자들을 실험대상으로 이용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과학자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의사로서 환자들을 치료하지만 하지만 그들이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 사실에 눈썹만큼의 관심도 없습니다. 대신 그는 그들의 시체를 연구에 이용하고, 시체가 없다면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기도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친 우리에게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이런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요제프 멩겔레와 겹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는 누가 더 사악한가를 경쟁하는 경기처럼 보입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시리즈를 거치면서 점점 사악해졌고 어느 순간 선을 넘은 것 같습니다. 이제 그는 인간성을 거의 잃었고 오로지 광기와 구별하기 어려운 이성만을 남겨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악한 건 프랑켄슈타인에게 협박 당하는 원장이죠. 그는 사악하기보다는 자신의 죄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 진부한 인간으로, 분노보다는 혐오감이 느껴지는 인물입니다. 그에 비하면 환자들의 두뇌와 몸을 빌어 만든 괴물은 유일하게 정의 실현의 욕구가 있는 인물입니다. 비록 그를 이루기 위해서는 피투성이 폭력이 따라야 하지만요. 이들은 모두 고정된 인물들입니다. 더 이상 자신을 바꿀 여지가 없죠. 이 세계에서는 시몬과 병원에서 '천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라만이 선택권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앞으로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12/05/09) 

★★★

기타등등
괴물로 나오는 데이빗 프로스는 미래의 다스 베이더죠. 정확히 말하면 다스 베이더의 몸통. 이 영화에서 그의 분장은 좀 과한 것 같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멀쩡한 모습이면 그것도 좀 이상하겠지만.


감독: Terence Fisher, 출연: Peter Cushing, Shane Briant, Madeline Smith, David Prowse, John Stratton, Michael Ward, Elsie Wagstaff, Norman Mitchell, Clifford Mollison 

IMDb http://www.imdb.com/title/tt007151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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